[강남부자는 지금] 잠원동 아파트 84㎡ 월세 돌렸더니 수익률 年 6.8%

2%후반 금리 감안땐 은행보다 2배이상 수익…공실가능성도 염두를

서울 도곡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씨(67)는 최근 전세 주고 있던 잠원동 아파트(84㎡)를 월세로 돌렸다. 2년 전 받은 전세 보증금은 3억5000만원. 주변 전세시세가 올라 새로 전세를 놓으면 4억5000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월세 150만원(보증금 1억원)을 선택했다. 전세 보증금을 더 받아봐야 마땅히 굴릴 데도 없는 데다 월세가 짭짤하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투자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던 강남부자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또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강남부자들도 눈에 띄고 있다.○전세 대신 월세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연 6~7%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전세 시세가 약 5억원인 잠원동아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보증금 2억원에 150만~170만원 선에 반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 보증금 차액인 3억원을 투자한 셈 치면 연간 수익률은 6~6.8%로 계산된다. 2%대 후반으로 내려앉은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의 두 배 수준이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다. 또 전세금을 받아들고 투자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잠원동 이상규 행복공인 대표는 “월세를 내놓는 집주인들은 대부분 대출이 없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집을 몇 달간 비워두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월세로 들어올 세입자를 찾는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월세 전환의 이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많아 2~3년 후에는 월세 수준이 생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상가의 경우도 예전에 비해 가격이 오른 탓에 임대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금융상품의 투자 매력도 낮아졌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 팀장은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유자금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ELS(주가연동증권)의 상환 조건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월세비율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월세 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신고일 기준) 강남구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율은 네 가구 중 한 가구꼴인 25.7%에 달했다. 2년 전인 2010년 11월에는 월세의 비중이 20.3%에 불과했지만 매년 높아지고 있다.○월세 수익 노린 아파트 투자 꿈틀

일부에서는 월세수익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수요가 많이 몰리는 역세권 소형 아파트가 주요 관심 대상이다. 전세 보증금을 기준으로 월세를 환산하는 관행 때문에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곳이 선호된다. 외국인 임차인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도 인기다. 용산·이태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연희동·상암동 일대 외국인학교 주변에도 투자 수요가 몰린다. 상암동 일본인학교 주변의 L공인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높은 월세에 거부감이 없고 조용하고 예의바르다”며 “이것 때문인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아파트 급매물을 찾는 문의전화는 꾸준히 온다”고 전했다.

시세차익을 바라보는 상품으로 여겨지던 강남 아파트의 경우 월세 수입까지 염두에 둔 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장기 공실 주의해야

아파트 월세는 금액이 올라갈수록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공실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세입자들이 아직 전세를 선호하는 데다 매달 100만원 이상의 월세 지출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수요층은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세와 소득세 등 세금도 수익률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할 항목이다.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기존 보유 주택을 월세로 돌릴 때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무엇보다 향후 아파트를 되팔 때 가치를 고려해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아파트가 주식처럼 자주 거래되는 투자상품에서 실수요 상품으로 전환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이들이 늘면서 월세전환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 차장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금의 10%를 기준으로 월세 시세가 책정됐지만 최근에는 6~7%까지 낮아졌다"며 “저금리가 지속되고 월세·반전세 아파트가 많아지면 월세 수준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