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탱크 누출 측정기기 국산화

중소기업과 정부가 기름탱크에 설치하는 실시간 누출 측정기기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투자금액 대비 20배가 넘는 수입대체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유류저장시설용 실시간 누출 측정기기를 국산화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일반 유류저장탱크에 설치하면 시간당 0.04㎜의 수위 변동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다. 지금까지 이런 초정밀 측정기기는 미국산이 국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토양정화업체 ‘동명엔터프라이즈’가 기술개발을 총괄했으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장치성능 테스트를, 강원대 환경연구소가 기술지원을 했다. 기술원은 2010년 이 기술개발 과제를 발주했으며 연구비를 지원했다. 기술원은 이번 측정기기 국산화가 2400억여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투자한 돈은 10억8800만원으로 수입대체효과의 20분의 1도 안 된다. 수입 기기 가격은 대당 약 2000만원이었으나 국산화 장비는 이 가격의 3분의 2 정도로 판매될 예정이어서 구매하는 측에도 이익이다. 상용화는 내년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규탁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문위원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판로도 모색하고 있다”며 “관심을 보이는 해외 바이어가 있다”고 말했다.

토양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실시간 누출 측정기기는 일부 대형 유류업체만 사용해왔으며 주유소 등 영세업체는 비용문제 때문에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기름 유출이 적발돼 수천~수억원의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의 노후 주유소와 산업시설 6곳(적발률 28.6%)에서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넘는 유류가 나와 정화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장비의 국산화로 가격이 싸지면 더 많은 업체가 구매할 수 있게 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실시간 누출 측정기기 설치가 의무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장희 동명엔터프라이즈 기술개발팀장은 “파이프 등 배송시설에 사용하는 측정기기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에 대한 과제가 필요하다고 환경부에 제안했고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