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女 대통령 탄생은 유교사회의 변화"…"한국인들은 로켓 아닌 포켓 걱정"

외신·교민 반응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유교 사회인 한국의 변화다.” “한국인들이 걱정한 것은 (북한의) 로켓이 아니라 포켓(주머니 경제)이었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19일 실시된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는 유교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상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유교는 여성들이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고, 7년 전까지 한국 여성들은 동등한 상속권을 가질 수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박 당선자의 승리가 역사적인 사건임을 강조했다.시카고트리뷴은 “박 당선자는 내년 2월 취임하자마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북한과 상대해야 한다”며 “지난 50년간 평균 5.5%를 유지했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등 불안한 경제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평했다. CNN은 “경제 이슈가 안보 문제를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자는 국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언론들도 “한국에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環求時報) 인터넷판은 이번 대선이 보수와 진보 세력의 대접전 양상으로 전개된 가운데 세대별 쏠림 현상이 심했다고 분석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현재의 양호한 기초 위에서 한국과 상호 협력을 강화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독도 영유권 문제로 악화된 한·일 양국의 향후 외교관계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로 관심이 높아진 대북정책 등 두 가지 쟁점에 주목했다. 교도통신은 “박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역사문제에는 양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북한과의 무조건 대화 재개를 공약한 반면 박 당선자는 신뢰 구축을 호소하는 등 비교적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며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의 김정은과 앞으로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교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도쿄에서 유학 3년째라는 오윤미 씨(28)는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망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 신주쿠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명철 씨(48)는 “일본이 망가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만큼 분배보다는 성장에 더 관심을 가진 박 당선자가 승리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찬식 중국 한국인회 회장은 박 당선자에게 “중국에 거주하는 80만 교민들을 위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재외한국학교 지원법 등을 빨리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뉴욕=유창재/베이징=김태완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