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우리·산은 처리방향 '촉각'

우리금융그룹과 산은금융그룹 민영화는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금융권 현안이다. 금융계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비해 금융노조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만큼 두 금융그룹 처리 문제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새 정부가 두 금융그룹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공룡 기업' 정부 소유는 부담…통째로 매각 재추진 유력우리금융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월 “우리금융 민영화는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매각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당시 KB금융지주가 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하다 막판에 포기한 데는 이 발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당선인의 시각은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미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공적자금을 넣었던 AIG와 씨티은행 지분을 2~4년 만에 빨리 팔아 다시 민영화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금융기관이 아닌 거대한 금융그룹을 정부가 계속 소유하는 데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새 정부 초기에 조속히 민영화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매각 방법이다. 현 정부에서 이미 세 차례나 매각을 추진하면서 가능한 방안은 모두 시도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쪼개서 파는 분할 매각(2010년 7~12월), 사모펀드 등에 우리금융을 한꺼번에 파는 통매각(2011년 5~8월, 2012년 4~8월) 방안은 모두 유효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역 간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지방은행 분할 매각보다는 우리금융을 다시 통째로 매각하는 게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매각 3대 원칙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수위에서 어느 정도 방침이 정해지면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민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MOU)와 감사원 감사가 국내 대표적인 금융그룹의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계속된다면 10년 이상 누적된 비효율과 수동적인 조직문화는 바뀌기 어렵다”며 “우리금융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해답은 민영화에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시장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마땅히 인수할 주체가 없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 한때 거론됐던 국민주 방식, 일반 공모를 통한 구주 매출, 희망수량 경쟁 입찰, 블록세일 등 다양한 분산 매각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산은·정책금융公 합치고 IB 떼내 대우證과 묶어 팔 가능성산은금융

차기 정부에서 산은금융지주를 민영화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예전처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는 대신 산은의 투자은행(IB) 관련 조직을 떼어내 KDB대우증권과 묶어 파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금융의 나머지 비은행 자회사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3일 금융당국 및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산은 민영화 백지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대신 산은과 2009년 산은에서 떨어져 나간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위기 때에는 산은이 시장 안전판 역할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의 산은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책금융 기능과 상관 없는 산은 IB 부문을 분리해 KDB대우증권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에서 회사채 발행과 인수·합병(M&A) 자문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자본시장본부 등을 KDB대우증권과 묶어 대형 IB를 설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산은금융의 비은행 자회사 대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정책금융과 관계 없는 조직을 거느리고 있을 필요가 없는 데다 민간 영역과의 시장 마찰을 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산은 민영화가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 초기에 관련 논의를 빨리 매듭짓는 게 중요하다”며 “다만 산은법이 이미 개정돼 있는데 이를 다시 흔들면 인력 및 조직 조정 과정에서 갈등과 비용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산은 민영화 논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현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이 산은 민영화를 주도했다.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산은 민영화 논란은 2009년 4월 여야가 전격적으로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