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과속, 得보다 失

中, 일본국채 투매 우려…무역적자도 확대
‘엔저(低) 경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적극적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엔화 가치를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중국을 자극해 일본 국채 투매가 벌어지거나 무역수지 적자폭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도쿄 외화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6.63엔까지 떨어졌다. 2010년 7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집권 자유민주당에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나친 엔저에 대한 경계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이날 시장에는 아베 정부가 외국 채권 구입용 민·관 합동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산 뒤 이 돈으로 외국 채권을 구입, 엔화 가치 하락세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구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재무성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외채 펀드는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으로 해석돼 미국 등 주요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의 일본 국채 투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중국의 작년 말 기준 일본 국채 보유액은 18조엔(약 230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외환보유액 운용처를 다변화한다는 차원에서 꾸준히 일본 국채 비중을 높여왔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 중국이 일본 국채를 시장에 던지기 시작하면 국채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은 지난 7월 이후 11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가라카마 다이스케(唐兼大輔) 미즈호은행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와 유가 상승이 겹치면 운송업 등 내수산업이 큰 충격을 받고 무역적자폭도 커지게 된다”며 “엔저 심화는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