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빚 갚아주겠지"…朴 공약 실행 앞두고 모럴해저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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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1차 48만명 빚 50% 탕감
322만명 혜택은 과장…수혜자 대폭 줄여
신용회복프로그램 통합…캠코가 총괄관리 유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해 금융채무불이행자 322만명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채무조정시 도덕적 해이 방지를 전제로’라는 단서가 붙었는데도 많은 채무자들은 ‘좀 더 기다리면, 정부가 빚을 탕감해 주겠지’라는 기대를 키웠다. 때문에 공약을 만들 당시에도 ‘자칫 신용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실채권을 회수하는 일을 하는 추심회사들의 실적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현실화될 조짐도 감지된다. 행복기금의 우선지원 대상이 1년 이상 연체자 48만명으로 좁혀진 것도 이 때문이다.◆채무감면 대상 322만명은 과장
후보 시절 당선인은 “180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와 민간 자산관리회사 등이 보유한 140여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 등 약 322만명이 행복기금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22만명의 내역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금융권에서는 선거국면에서 지원대상이 과대포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중복 등록된 연체자가 상당수이고, 과거 비슷한 신용회복 프로그램 사례를 볼 때 채무조정 신청자가 대상자의 30~40%에 그친 만큼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약실천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행복기금 공약실천방안을 마련 중인 금융위는 ‘민간자산관리회사의 140만명’은 기존 신용회복프로그램인 희망모아(90만명) 한마음금융(10만명) 상록수(35만명) 등을 더한 것이고, ‘금융채무불이행자 180만명’은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금융채무불이행자 126만명에 3개월 미만, 50만원 이하 연체자까지 모두 합친 숫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복기금 운영기관은 캠코가 유력
행복기금은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8700억원), 캠코 고유계정 차입금(7000억원),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배당액 출자(3000억원) 등 1조8700억원을 자본금으로 설립된다. 이후 채권 발행을 통해 10배인 18조원을 단계적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자금조달을 위해 정부의 보증이 필요하다. 행복기금은 △금융채무불이행자 신용회복지원 △다중채무자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 전환 △학자금 대출 부담경감 등에 투입된다. 금융위는 행복기금을 운영할 기관으로 캠코를 지목하고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캠코가 2003년 카드사태 이후 민간 금융회사 주도로 설립된 배드뱅크인 희망모아와 한마음금융을 관리하고 있는 데다 신용회복기금도 자체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행복기금으로 통합해 운영토록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속전속결로 도덕적 해이 최소화해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면 새 정부 출범 직후 속전속결로 신용회복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채무감면이 원금의 최대 70%까지로 확대되는 만큼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에 대한 조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한 신용정보회사 사장은 “공약이 나온 이후 빚 상환을 미루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패자부활이란 정책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빨리 내놓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기금은 3개월~1년 연체채권도 매입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류시훈/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