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방화'인가 원한관계 때문인가…버스 38대 불타

서울 외발산동 차고지서 버스 38대 불타

15일 새벽 서울 외발산동의 한 버스차고지에서 시내버스 38대와 차고지 내 건물 일부가 불에 타는 대형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2분께 외발산동 영인운수 버스차고지에 세워져 있던 버스 85대 중 30대가 전소되고 8대는 일부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영인운수 복지동 3층 건물 997㎡ 중 360㎡와 집기류까지 태우고 1시간45분 만에 꺼졌다. 소방당국은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 57대, 소방대원 176명을 동원했다. 소방서 추산 재산 피해는 15억원이다.경찰과 소방당국은 최근 버스업계와 택시업계가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터라 화재 원인 조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경찰이 원한관계나 사회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은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의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방화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야간에 시동이 꺼진 채로 서로 떨어져 세워진 두 대의 버스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는 목격자 진술로 볼 때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의 1차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회사 대표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회사와 피해보상을 둘러싸고 불만을 품은 사람이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며 “회사 내 CCTV 2대의 영상과 버스에 장착된 블랙박스 메모리를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또 “감식 결과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추가 분석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서울 여의도 영등포 봉천동 방향으로 가는 650번 6628번 6630번 662번 버스 절반가량이 이날 새벽 한때 운행이 중단됐다. 낮 시간에도 평소 5~15분 간격으로 운행되던 버스 배차시간이 10~30분 간격으로 늘어나 이 지역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인근 강서·양천 공영차고지 등에 있는 9개 버스업체의 예비차량 29대를 투입, 16일부터 정상 운행하기로 했다. 화재가 난 버스 회사에서 운행한 4개 노선에는 정상 운행에 필요한 72대 중 45대만 투입돼 배차간격이 늘어났다.

시는 각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버스도착단말기,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topis.seoul.go.kr), 모바일웹(m.topis.seoul.go.kr) 등에서 배차 지연 상태 및 운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