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많은 중견기업연합회 차기 회장 추대

선출과정 결정할 때 現 회장 캐스팅보트 행사
불참한 후보 빼놓고 강호갑 회장 추대 결정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 차기 회장으로 강호갑 ㈜신영 회장을 추대하는 과정을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개운치 않은 추대 절차 탓이다. 일각에선 추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견련 회장단은 2003년부터 10년간 회장직을 맡아온 윤봉수 현 회장의 후임 추대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힐튼호텔 3층 토파즈룸에 모였다. 이날 회의엔 회장단 27명 가운데 윤 회장 등을 포함, 총 17명이 참석했다. 회장 후보로는 강 회장과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두 사람이 추천을 받아 올라왔다. 강 회장은 1999년 부도 위기의 신영금속을 인수, 13년 만에 매출 8000억원대의 중견 자동차부품회사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 이 회장은 동아원·한국제분 등 제분·사료업체를 주축으로 29개의 계열사를 운영 중이며, 최근까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견기업위원장으로 일했다. 이날 회의에 중견련 부회장인 강 회장은 참석했고, 일반 회원인 이 회장은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시작과 함께 추대 절차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별도의 추대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하자는 의견과 당장 결정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정관에는 추대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고, 회의 개시와 의결에 관한 정족수 규정만 있다.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표결에 들어갔다. 결과는 ‘당일 처리’ 7표, ‘추후 추대위원회 구성’ 7표였다. 3표는 기권 처리됐다.

논란의 여지는 여기서 발생했다. 동수 표가 나오자 윤 회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 윤 회장은 “이렇게 되면 내가 책임을 지는 수밖에…”라며 ‘당일 처리’에 한 표를 더 던졌다. 결국 윤 회장의 캐스팅보트로 당일 처리가 결정된 셈이다. 이어 실시된 투표에서 현장에 있던 강 회장이 10표를, 이 회장이 7표를 얻어 강 회장의 차기 회장 추대가 결정됐다. 당일 현장에선 박수를 치는 것으로 추대 과정이 마무리됐지만 회의 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 회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지 않고 추후 추대위원회를 통해 절차를 진행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회원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견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 추대 절차를 놓고 이런저런 잡음이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견련은 내달 총회를 열고 차기 선출 절차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전현철 상근부회장은 “아무 문제 없이 처리됐던 안건”이라며 “재추대 절차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