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색한(好色漢)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호색한(好色漢) 도장 안 찍히게 조심해라.’ 중국 여행을 다녀본 남자들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여행 중 엉뚱하게 객고를 풀다가 경찰에 걸리면, 여권에 호색한이란 붉은 도장이 찍힌다는 경고다. 색을 밝히는 남자란 뜻의 호색한 도장이 새겨지면, 추방당할 뿐 아니라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입국이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다. 한때 성매매를 하다 걸린 외국인의 여권에 표시를 한 것은 맞다. 1990년대 초까지 호색한이 아닌 표객(女票客·성매매자)이란 글자가 새겨진 인장을 비자 위에 찍었다. 지나친 인권침해라는 항의가 받아들여져서인지 지금은 아무런 도장을 찍지 않는다. 다만,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2주일 동안 구치소에 갇혔다가 1주일 안에 추방된다. 그후 5년간 재입국이 불가능하다. ‘호색한 도장’이란 말은 매춘 단속에 걸린 사람이 “당신은 호색한이어서 앞으로 5년 안에 재입국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공산혁명에 성공한 뒤 마오쩌둥은 ‘자본주의 저질 쓰레기’인 성매매를 불법화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공산정권이 수립된 해인 1949년 베이징에서만 224곳의 매춘업소에서 436명의 포주들이 단속됐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마시술소의 방마다 경찰을 배치, 퇴폐행위가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등 소황(掃黃·퇴폐단속)은 끊이지 않았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선 요즘도 고급호텔의 방까지 경찰들이 불시에 들이닥치기도 한다. 매춘조직을 운영하거나, 13세 이하의 아동에게 매춘을 시키면 사형에 처하는 등 중죄로 다스리고 있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이 없어질 리는 없다. 술집이나 안마집 등에서 음성적인 성매매는 계속돼 왔다. 오히려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네댓명의 첩을 두는 보이지 않는 매춘이 활개친다”(판수이빙 인민대 교수)고 한다. 부패로 단속된 관리의 95%가 첩을 두고 있다고 할 정도다. 힘센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젊은 여인을 소개하는 채홍업 등 다양한 형태의 색정산업이 발달하는 이유다.

베이징의 한국인 거주촌인 왕징의 한 술집이 최근 경찰의 단속에 걸린 모양이다. 소위 풀살롱이라 불리는 술집인데 한국인 몇 사람이 성매매 혐의로 구속됐다고 한다. 이들이 14일 동안 구류처분을 받은 뒤 추방당하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은 뻔한 일이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정이 파탄날지도 모른다. 여권이 아닌 인생 속에 호색한이란 인장이 상처처럼 깊게 남는 셈이다. 평생 아파할 천형이 될 수도 있는, 그래서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할 낙인이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