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거래세 도입되면…'과열' 해외자본 유입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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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방패 꺼내 든 정부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금융거래세를 도입할 경우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해외 자본 유입 속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국내 채권 매입 ‘열기’를 일정 부분 식혀줄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금융거래세는 해외 중앙은행을 직접 겨냥한 규제”라며 “이들은 국가 간 조세 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이나 자본이익 관련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거래세가 아닌 다른 규제로는 지금처럼 빠른 자본 유입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해외 중앙은행 중심의 외국인은 지난해 7조3960억원어치 한국 채권을 순투자(순매수-만기상환 등)했다. 재정건전성 대비 금리 매력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 기대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수 국가 저변도 넓어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외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부기관 투자자가 아시아계 위주에서 노르웨이, 칠레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채권 91조원어치(전체 채권 상장잔액의 7%)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채권거래세가 도입되면 이 같은 중앙은행 자금의 유입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예 없던 규제가 생기는 만큼 당장 투자매력이 줄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외화 건전성 규제 3종 세트와 함께 외국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화 건전성 규제 3종 세트란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국인 채권 이자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원천징수 부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를 말한다.
채권 금리는 상승 쪽으로 영향을 받되 그 폭은 규제 강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 보험사 채권 운용역은 “국내 보험권 수요 대비 과도하게 낮은 시장 금리 탓에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외국인 수요가 줄면 적정 수준을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