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낙하산 감사 정리가 먼저다

감사직, 정권의 낙하산 인사 차지
원전불신도 이들의 무능 탓이 커
전문·독립성 갖춘 감사 선임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leemm@korea.ac.kr >
‘감사는 지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감사원의 4대강 부실 지적에 대해 청와대가 ‘분기탱천(憤氣撐天)’하고 있다. 중간에 끼어 좌불안석(坐不安席)인 국무총리실이 객관적으로 재검증하겠다고 나섰다. 국가최고 감사기관 결정을 총리실이 무슨 자격으로, 어떤 잣대로 재검증할지 알 수 없다. 감사원 결정에 참여한 감사위원 7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전원 새로 임명됐고 최고 수준의 자격과 공직 경력을 갖춘 인사들이다. 대통령 임기 한 달을 남겨둔 묘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감사위원 합의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4대강사업 적합성에 대해서는 토목환경 전공교수까지 찬반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다. 반대에 목을 건 교수 몇몇은 언론 매체에 단골로 등장해 유명인사가 됐다. 그러나 대부분 전공교수는 입을 굳게 다물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4대강 전도사’를 자처하는 인사와 이들을 ‘4대강 부역자’로 몰아세우는 운동가의 싸움에 넌더리가 난다. 이미 ‘막은 물’이니 공사 목적인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달성여부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일이다.

총리실과 감사원이 당장 힘을 합쳐 긴급히 수술할 현안은 공공기관 낙하산 감사 문제다. 공공기관 감사 자리는 역대 정권에서 낙하산 투하에 애용됐다. 감사 직무를 올바로 수행하려면 해당 기관 사업영역에 정통하고 회계적 소양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선거판에서의 활약상과 권력자와의 친분에 따라 잔치 떡 나누듯 씌워줄 감투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리 기네스북 등재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난장판도 정치권 낙하산 감사의 책임이 크다. 2009년 취임해 3년 임기를 채우면서 온갖 비리를 감쌌던 돌부처 낙하산 감사의 경력은 ‘제17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한나라당 민원실장, 여의도 연구소 행정실장’이다. 비리세력이 쾌재를 부르며 기다리는 가운데 비린내 판에 착륙한 낙하산 감사는 내부에서도 잘 알려진 비리 체질 간부를 감사실장에 임명하는 예쁜 짓까지 보탰다.검증서 위조를 통한 짝퉁 부품으로 원전이 스톱됐고, 금품수수 납품비리로 30여명의 직원이 굴비처럼 엮여 잡혀갔다. 낙하산 감사 수하에서 내부감사 운영을 총괄하던 감사실장도 거액의 뇌물을 받고 구속됐다. 한수원 비리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야권이 원전 철폐를 대선공약으로 내거는 상황으로 비화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단가가 훨씬 저렴한 원전을 전면 폐기할 경우 생산원가 폭증으로 우리 제품이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쫓겨나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최근 금융 및 전산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내부감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강력한 내부감사조직을 운영해 왔던 삼성그룹조차도 자금 및 상품권 관리에서 거액의 횡령사건이 발생해 당황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조직 문화상 내부 담합 가능성이 민간기업보다 높은데 전문성 없는 낙하산 감사로 임직원 긴장이 이완되면 비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강력한 낙하산 인사 근절의지를 밝히고 있다. 보다 중요한 과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최적의 감사를 선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공공기관도 비상임 이사를 중심으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상근감사는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공기관은 현장 감시 부재로 비리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근감사는 필수적이다.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의 경우는 지역적 또는 기능적으로 인접한 서넛의 기관을 함께 담당하는 상근감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감사 받기 좋아할 사람은 없다. 전문성 없는 감사가 선호되는 허점 때문에 낙하산 감사가 쉽게 자리 잡았던 것이다. 낙하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면 감사의 자질과 업무성과를 매년 평가해 감사 자신뿐만 아니라 임직원 성과급에 반영해야 한다. 낙하산 감사 때문에 임직원 각자가 수백만원의 성과급을 날리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전문성 없는 공공기관 낙하산 감사의 신속한 정리는 대통령직 교체기에 총리실과 감사원이 함께 풀어야 할 긴급현안이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