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날] 시원한 연포탕·쫄깃한 숭어회…눈도 혀도 즐거운 '고향의 맛'

맛집
여행의 절반은 먹는 즐거움이다. 설이 좋은 것도 일가친척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풍성하게 차려진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다. 이번 설에는 눈도 즐겁고 혀도 즐거운 내 고향의 맛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주 한정식고향의 의미를 되새기는 설날 여행이라면 전북 전주가 제격이다. 따사로운 한옥 골목에 전통의 맛이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콩나물밥과 비빔밥이 장터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백반과 한정식은 집안 여인들이 만드는 가정식 밥상에 기초를 둔다.

제대로 된 한정식 한 상이면 웬만한 집의 잔치 음식을 능가한다. 바다·강·산·들·하늘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든 30여가지 음식이 화려하게 깔린다. 신선로, 구절판 등 한정식의 지존 외에 황포묵, 모래무지, 애호박, 게 등이 전주 10미(味)에 속한다. 여기에 손맛이 깃든 명란젓, 새우젓, 오징어젓 등과 깊은 맛이 일품인 김치가 곁들여진다. 완산구에 있는 한벽루(063-280-7003)와 궁(063-227-0844)이 유명하다.


○창원시 진해 대구대구 요리를 제대로 맛보려면 진해 용원항으로 가는 것이 좋다. 회와 탕을 동시에 맛보고, 운이 좋으면 대구찜까지 곁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회는 겨울철 해풍을 맞고 자란 배춧잎이나 미역에 싸 먹는데, 잘게 썬 무와 미나리를 곁들인다. 대구회는 연해서 다른 횟감에 비해 쫀득한 맛이 떨어지지만, 달콤하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맑고 시원한 대구탕은 또 다른 별미다. 양념은 소금과 파, 무, 미나리가 전부다. 나머지는 신선한 대구살과 이리가 우러난 맛이다.

대구찜은 부탁해야 맛볼 수 있는 요리다. 내장과 아가미를 없애고 과메기처럼 해풍에 꾸덕꾸덕 말린 대구를 쪄서 묵은 김치를 올린다. 해풍을 맞으며 밴 감칠맛,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떡국도 빼놓을 수 없다. 속천항의 속천집에서는 대구 살과 이리로 낸 국물로 떡국을 끓인다. 문을 연 지 30년이 훨씬 넘은 도선장횟집(055-552-2244)이 대구 요리로 유명하다.

○충남 예산 전통 소갈비와 삽다리 곱창잘 구워진 갈비 한 점을 젓가락으로 드니 참숯 특유의 향이 침샘을 자극한다. 윤기 흐르는 도톰한 고기를 씹는 순간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양념 맛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소갈비구이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기름을 제거하고 토막 낸 뒤 뼈에 있는 살을 너붓하게 펴서 촘촘히 칼집을 내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갈비 주변에 붙은 다른 부위도 잘 손질해서 양념에 같이 잰다.

그 중 1~4번 갈비를 덮은 살치는 등심으로 분류되는 부위로, 눈꽃 같은 마블링이 예술이다. 소 한 마리에서 1~1.5㎏ 나오는 안창살도 예외가 없다. 이렇게 손질한 갈비를 양념에 재어 급속 냉동하고, 필요한 양만큼 꺼내 사나흘 동안 해동과 숙성 과정을 거치면 부드러운 고기를 얻을 수 있다.

예산군청 부근에서 30년 가까이 소갈비를 구워온 삼우갈비(041-335-6230)는 옛날식 갈비구이의 명가로 손꼽힌다.‘예산 5미(味)’의 하나인 삽다리 곱창도 별미다. 삽다리 곱창은 돼지 곱창을 구워 먹는 것이 특이하다. 삽다리 곱창은 손질한 돼지 곱창을 데쳐 양념 없이 불판에 굽는다. 누린내가 안 나고, 고소한 맛과 쫄깃쫄깃한 식감이 매력있다.

50년이 넘은 할머니딸숯불곱창마을(041-334-9999)이 맛있다.


○숭어회와 세발낙지, 무안 낙지골목

두툼하고 길쭉하게 썬 숭어회는 하얀 속살에 붉은색을 띤다. 고소하면서 씹을수록 단맛이 일품. 특히 쫄깃한 인절미를 씹는 듯한 식감은 감탄을 자아낸다. 숭어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가장 맛있다. 40년 이상 숭어회만 전문으로 내놓은 도리포횟집(061-454-6890)이 유명하다.

무안 낙지는 발이 가는 세발낙지다. 무안은 혼합갯벌이라 낙지가 뻘 속을 헤집고 다니기 수월해서 발이 가늘고 길다. 낙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산낙지를 선호한다.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통째로 먹는다. 입안에 감기는 감칠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식감이 그만이다. 통째로 먹는 게 부담스럽다면 메뉴판에 적힌 ‘당고’나 ‘탕탕이’에 주목하자. 당고는 머리를 뗀 산낙지 발을 잘게 다진 것이고, 탕탕이는 대강 탕탕 잘라낸 것이다. 알파수산(061-452-8383)이 낙지요리에 일가견이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