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광고 소재로 잇단 '러브콜'…광고대행사에 '볕' 들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광고대행사, 드라마·광고 속으로


'광고대행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드라마와 광고 소재로 각광을 받으면서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그간 광고대행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내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업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홍보 업무가 없는 광고대행사도 대부분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이전에는 광고주와 광고 제품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광고대행사들은 한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며 "해외 광고제 수상 소식만 언론을 통해 알리는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광고와 드라마를 통해 회사 자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 떠오르는 샛별?

KBS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은 광고대행사가 배경이다. 실존인물인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가 모티브.

드라마가 시작되자 '이제석'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등 관심이 쏠렸다. 이제석은 드라마의 제목처럼 '광고천재'로 불리는 인물.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 시설을 사용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최고의 광고 효과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치약 광고는 천장 조명을 활용한다. 조명 주변에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있는 사진을 붙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천장 등이 '이'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드라마를 연출한 박기호PD는 "광고판 선수들의 삶을 그리는 전문직 드라마"라며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를 소재로 매혹적인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드라마가 방영된 뒤 광고기획자(AE)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AE에 대한 문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광고회사가 광고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드림카카오 CF는 광고대행사에서 벌어지는 회의를 화면에 담았다. 광고기획 팀장과 차장이 드림카카오의 주요 타깃을 정하기 위해 토론을 벌인다. 팀장은 '학생', 차장은 '직장인'이 광고의 주요 타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기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홈페이지에서 '드림카카오의 광고타깃을 정해달라며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

포털 네이버는 광고대행사가 소재인 웹툰을 광고로 활용했다.

광고대행사의 기획팀을 배경으로 한 '들어는보았나 질풍기획'은 네이버의 인기웹툰. 광고를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네이버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 광고대행사 질풍기획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 실제 CF에 담겼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의 인하우스(그룹 내 광고대행사)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규모도 커지고 홍보도 자연스러워졌다"며 "이런 부분이 광고대행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광고, 드라마 소재로도 쓰이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광고기획자를 꿈꾼다는 대학생 이희선 양(23)은 "이전에는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서만 광고대행사의 '실체'(?)를 알 수 있었는데 드라마 소재로까지 쓰이니 반갑다"며 "미래의 직업이 될 수도 있는 광고기획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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