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가 9900원' 스팸문자 알고보니 소액결제 사기

경찰, 2억대 꿀꺽 일당 적발
월별 소액결제 시 결제대행사가 이용자 확인을 거치지 않는 허점을 노려 수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휴대폰 소액결제 대금을 가로챈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방조)로 프로그램 개발자 강모씨(3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경찰은 또 해외로 도피한 공범 이모씨(30)와 박모씨(35)를 같은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지난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성인동영상 모바일 사이트를 개설, 불법 수집한 2만1719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모바일 성인동영상 서비스 이용대금 총 2억여원을 빼내간 혐의다. 이들은 가짜 휴대폰 소액 결제정보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상적인 휴대폰 사용자 인증을 받은 것처럼 결제대행사와 통신사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휴대폰 월별 자동 소액결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인 단건 소액결제와 달리 월별 자동결제 방식은 결제대행사가 사용자 인증번호 등 정상적인 인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콘텐츠 제공업자가 요청하는 결제정보에 따라 그대로 요금을 부과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휴대폰 사용자가 요금 부과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받을 경우 소액결제 피해를 당한 사실을 눈치채고 신고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 요금 부과 시 발송되는 문자메시지를 ‘초특가 대박이벤트 9900원 무제한정액제 문의’라는 식의 스팸문자로 바꿔치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의 소액 결제 사기 수법”이라며 “결제대행사가 사용자 인증 방식을 직접 관리하는 등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