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즉위미사에 100만 인파…"참된 권력은 섬김…약자 보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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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등 42개국 정상 참석…유진룡 장관도
그리스정교회 수장도 1000년 만에 동참
“참다운 권력은 섬김임을 잊지 맙시다.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것 없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첫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인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76)이 19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19일 오후 5시30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즉위미사 강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은 팔을 벌려 모든 인류를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며 가톨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영적 지도자로서 갖는 교황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또 “경제·정치·사회생활에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과 자연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며 “파괴와 죽음을 부르는 분쟁을 멈추고 아이들과 노인, 궁핍한 이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미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45분부터 약 30분간 지붕이 없는 전용차량을 타고 성베드로광장에서 신자들과 만났다. 교황은 중간에 차에서 내려 어린이와 병자에게 입맞춤하며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신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성베드로광장엔 즉위미사를 보기 위해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교황의 출신국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과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국기를 흔드는 사람이 많았다. 2005년 4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즉위미사에 50만여명이 모였던 것과 비교됐다. 바티칸 교황청은 “바티칸에 100만명이 넘게 모인 건 2011년 5월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복자 시성식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즉위미사에서 교황의 상징인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받았다. 팔리움은 교황이 어깨에 걸치는 양털 띠다. 양떼를 이끄는 목자로 비유되는 예수처럼 인류 구원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의 성물(聖物)이다. ‘어부의 반지’는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원래 직업이 어부인 데서 유래한 것으로, 교황의 인장으로 사용되는 반지다.
즉위미사에는 이탈리아어 라틴어와 더불어 영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스와힐리어 등 총 10개 언어가 사용됐다. 바티칸 교황청에 따르면 이날 즉위미사에는 6개국 국왕과 31개국 대통령, 3개국 왕자, 11개국 총리가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알베르 2세 벨기에 국왕 부부 등이 자리를 빛냈다. 한국에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절단 대표로 참석했다.
개신교와 유대교 성공회 이슬람교 불교 등 타종교 사절단도 대거 바티칸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그리스정교회 세계 수장인 바르톨로뮤 1세 이스탄불 총대주교였다. 정교회 수장이 교황 취임 행사에 참석한 것은 1054년 기독교가 터키 이스탄불 중심의 동방교회와 로마 중심의 서방교회로 분열된 이후 처음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