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여성해방의 상징, 자전거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여권 신장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게 뭘까. 놀랍게도 사람은 아니다. 바로 당신의 ‘애마’인 자전거다. 오늘과 같은 형태의 자전거가 널리 보급된 것은 19세기 말이다. 그때 쾌재를 부른 건 여자들이었다. 집안의 울타리에 갇혀 지내야 했던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사방을 누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치마를 입고서는 페달 밟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치마가 페달에 끼이는 바람에 사고도 잦았다. 여성들은 이참에 거추장스러운 치마의 제약에서도 벗어나려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남성의 상징인 바지를 걸친다는 것은 남자들로선 참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전거 타는 여성들을 성토하는 기사가 연일 신문을 도배했다. 그러나 폭발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아무도 꺾을 수 없었다.

한 번 맛본 자유는 너무나 달콤했다. 자전거에 올라타 스스로 핸들을 조종하면서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의 독립을 꿈꿨다. 내친김에 여성들은 여성해방운동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좌우의 균형을 잡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균형을 잡아야만 복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말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