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급랭…유상증자 발표한 기업들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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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엔低로 시장 악재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상장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주나 일반투자자를 끌어 들여 자본을 확충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최근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여파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들 기업의 유상증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가 하락에 자금조달 차질
발행가 낮아져 청약도 악영향
라이브플렉스 발행규모 25%↓
◆주주배정·일반공모 유증 잇달아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주나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장사는 코리아써키트 녹십자 YNK코리아 사람인에이치알 로케트전기 국동 등 6곳이다. 이 중 코리아써키트와 녹십자는 증자 규모가 각각 828억원과 1220억원에 이른다.
이달 중에도 대규모 유상증자 청약이 예정돼 있다. 두산건설은 오는 15일 주주들을 상대로 4500억원 규모의 청약을 받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22~23일 1108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증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오리엔트바이오 알앤엘바이오 라이브플렉스 이화전기 파인테크닉스 등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상증자 형태로 2분기 중 시장에서 조달키로 했다. 지난 1분기 상장사들이 같은 형태로 조달한 자금이 총 2534억원(마켓인사이트 리그테이블 기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이 대폭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이들 기업이 증자를 검토한 지난 2~3월엔 주식시장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급등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코스피지수가 3월 초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한국 증시도 상승세를 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업보고서 제출로 재무제표가 확정된 것도 시기적으로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증자를 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가에선 이제 막 외부감사와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연간 재무제표를 제출할 경우 아무래도 분기보고서보다는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금감원이 유상증자 계획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밖에 지난해 말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증자 계획을 미뤄왔던 상장사들의 잠재 수요가 커진 것도 유상증자 결정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라이브플렉스 등 규모 크게 축소
하지만 최근 며칠 새 증시 여건이 악화되면서 증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달 중순 증자 계획을 공시한 라이브플렉스는 자금조달 금액을 당초 248억원에서 187억원으로 약 25% 줄여 잡았다. 이화전기공업도 증자 규모를 최근 141억원에서 105억원으로 축소했다. 주가가 떨어진 탓에 이에 연동한 발행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아직 발행가를 확정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 자금조달 액수가 예상보다 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분위기가 나빠 주가가 더 떨어지면 청약경쟁률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장형기 키움증권 이사는 “유상증자 발표를 하면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10~20% 정도 발행액이 감소할 것을 감안하는데, 최근에는 할인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발행가가 싸지면 대주주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주식을 대량 확보할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주주배정 유증을 진행 중인 두산건설 녹십자 코리아써키트 사람인에이치알은 모기업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모두 50%를 넘어 절반 이상의 유상증자 자금을 대주주 측에서 받아오는 구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