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감할 수 없는 생보사들의 '불만'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조사기관과 얼마나 친분이 있느냐에 따라 평가결과가 좌지우지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돕니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변액보험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 대해 한 생명보험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근거는 없지만 조사 결과의 신빙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였다. 미스터리 쇼핑은 전문 조사기관의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설계사와 가입상담을 하면서 판매실태를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은 작년 말 16개 생보사 소속 400명의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변액보험 판매실태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평가대상인 16개 생보사 중 90점 이상의 ‘우수’ 등급을 받은 생보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내 1, 2위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비롯해 12곳이 60점 미만의 ‘저조’ 등급을 받았다. 낙제점이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뒤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나눠주는 상품이다. 복잡한 상품의 특성상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자세하게 상품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청약철회 제도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 아니라는 등의 ‘상품 설명 의무’ 평가에서 20~30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상황이 이런 데도 생보사들은 “조사원이 특정 생보사와 유착돼 나타난 결과”라거나, “조사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크게 개입한 것 같다”며 평가결과를 폄하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주관한 조사인데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쇼핑 결과 16개 생보사 소속 400명 보험설계사의 평균 점수는 53.7점이었다. 2011년(평균 52.2점)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생보사의 미스터리 쇼핑 결과는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서도 훨씬 뒤처진다. 생보사에 앞서 실시된 은행의 변액보험 판매 미스터리 쇼핑 평가점수는 84.7점이었다.

작년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2건 중 1건은 보험 관련 민원이었다. 민원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판매 관행을 고치고 개선 노력을 펴기보다는 평가 자체를 문제 삼은 일부 생보사의 모습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기 있는 금융상품을 둘러싸고 다른 금융업권과 경쟁에만 치중하기에 앞서 고객 신뢰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