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주먹 아빠'의 자식 사랑에 여성 관객들 감동했죠"

흥행 1위 영화 '전설의 주먹' 주연
유준상은 “‘전설의 주먹’은 아버지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는 영화”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강우석 감독의 영화 ‘전설의 주먹’이 18일까지 개봉 9일 만에 관객 90만명을 모으며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고교시절 주먹으로 이름을 날린 남자들이 20여년 만에 TV쇼에서 힘을 겨루는 이야기다. 황정민, 윤제문, 정웅인, 이요원 등이 나선 이 작품에서 ‘국민남편’ 유준상(44)은 대기업 홍보부장 이상훈 역을 맡아 해외에서 공부 중인 아이의 유학비를 위해 링에 오른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를 본 여성들은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다고들 얘기합니다. 잊고 있던 아빠의 소중함을 환기시켜주니까요. 아빠는 가정에서 그저 돈 벌어오는 사람에 불과하잖아요. 술을 마시거나, 일하는 사람일 뿐이죠. 극 중 유학 간 아이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아빠가 제일 잘하는 것은 돈을 잘 버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을 때, 눈물이 갑자기 핑 돌더라고요. 돈 벌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당하는데 말이죠.” 그는 가정에서 남성들의 지위가 점점 약해져 아쉽다고 했다. 부성애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20대 초반에 아버지를 잃고 가장이 돼 일찍 사회에 나왔다고 했다. 힘든 시기였지만 오기로 버티며 자연스럽게 굳건해졌다고. 일부러 더 밝게 행동했다. 이런 경험이 대기업 부장이자 기러기 아빠로, 고교시절 친구였던 오너에게 굽실거리며 사는 배역에 묻어 있다.

부성애 외에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은 파이터들의 액션이다. “파이터 중 유일하게 발을 쓰는 캐릭터예요. 정두홍 무술감독이 뭘 할 수 있냐고 묻길래 발이 잘 올라간다고 했어요. 그나마 스트레칭을 계속한 덕분에 발차기라도 해서 다행이었죠.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으니까요. 태권도 2단인 아들을 따라 2개월간 발차기 연습을 했습니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액션은 도전이었다. 모두가 깡으로 버텼다고 한다. 서로 싸우는 액션 신에서는 악으로 맞은 만큼 때려주니까 실감 나는 장면이 나왔다고.

“액션 신 리허설을 할 때 점프 후 잘못 디뎌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됐어요. 그 상태에서 맞으니까 서너 배는 아프더군요.” 지난해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국민남편’이란 애칭을 얻은 사연도 얘기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편이라 사랑받은 듯싶습니다. 어르신에게 인사도 깍듯하고요. 부모님 세대가 좋아했어요. 자녀들한테 인사를 저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줬다고 하더군요. 저도 아이들한테 인사 잘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해마다 뮤지컬 무대에도 오른다. 최근에는 뮤지컬 ‘레베카’의 주인공으로 섰다. “공연은 데뷔 때부터 해온 것이라 그만두기 싫습니다. 1~2년의 공백기가 있으면 노래가 안 됩니다. 성대도 근육이라 풀어지거든요. 뮤지컬을 계속하다 보니 실력이 쌓여 팬도 많습니다. 40대 중반에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죠. 영화와 드라마, 공연에 번갈아 출연하니 스펙트럼도 넓어졌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