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위기] 허탈한 입주 기업들 "50년 투자보장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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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개 강력 촉구…철수 거부하는 기업도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잔류 인원을 철수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우리 측 인원 175명(외국인 1명 제외)이 머물고 있다.
"정부 보상책 내놔야"
통일부가 개성에서 운영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입주기업 잔류 근로자들에게 ‘27일 오후 2시에 철수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이 잔류 근로자들을 얼마나 많이 철수시킬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손해배상 등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철수 통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6일 저녁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회의에서는 ‘입주기업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철수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배해동 태성산업 사장은 “개성공단에 들어갈 당시 남북이 합의한 50년간 투자보장이 확고히 지켜져야 하는 만큼 투자 자산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정부에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 차원에서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며 그전에 기업들이 스스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철수를 공식 발표한 만큼 따라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았다. 한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입주기업 보상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든다”며 “이렇게 된 이상 기업 입장에선 철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130억~140억원의 설비 및 원자재를 투자해 놓은 이 기업 관계자는 “투자 비용보다는 거래처 상실, 납품지연으로 인한 배상 등 무형의 손실이 더 큰 걱정”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책임있는 보상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정부의 개성공단 잔류인원 귀환 조치는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전 입주기업의 의견을 종합한 후 전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정부 성명에 대한 입장’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