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출 4년만에 마이너스…소득 늘었지만 지갑은 닫았다

불황으로 소비심리 위축 - 1분기 가계동향 살펴보니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 씀씀이 줄여
저소득층 일자리 늘어 소득 불평등 개선
우리 국민은 소득이 늘어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소비지출은 2009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우선 ‘씀씀이부터 줄이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 불안’에 돈 안 써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19만3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7% 늘었다. 2009년 4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증가폭은 전 분기(5.7%)보다 둔화됐다. 가계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2.5%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 3분기(-0.5%)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구당 소비지출은 월평균 25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셌던 2009년 1분기(-3.6%) 이후 소비 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월부터 만 0~5세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된 데다 대학 등록금 인하로 교육비(-6.9%)와 기타 상품·서비스(-12.3%) 지출이 급감한 게 주원인이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물가가 정체되는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식료품, 비주류 음료 등 웬만해선 경기를 타지 않는 필수 소비재 지출이 3년 만에 감소세(-1.6%)로 돌아선 게 단적인 예다. 담배(-8.8%) 육류(-6.8%) 가전기기(-5.2%) 등의 지출도 줄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각 가정에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물가는 1.4% 상승해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2.5~3.5%)에 미치지 못했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올해 영·유아 보육비 지원이 전 계층으로 확산돼 소비지출이 줄어들었다”며 “다만 이 같은 요인을 제거하더라도 1분기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저축은 늘었다. 소득에서 지출을 뺀 흑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어난 84만8000원(월평균)을 기록했다. 흑자율은 25.0%였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 경우 25만원은 쓰지 않고 남겨두는 셈이다.

○저소득층 소득 늘어 분배 개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줄었다. 새로 일자리를 구한 저소득층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2011년보다 6.7% 늘었다. 반면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전체 소득계층 중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1, 2분위 계층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도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1분위의 소득점유율은 6.8%, 2분위는 13.5%였다. 반면 소득 5분위의 소득점유율은 37.5%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오상우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저소득층 노인들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소득 5분위배율은 5.54배로 전년(5.73배)보다 낮아졌다. 소득 5분위배율은 소득 5분위 계층의 소득을 소득 1분위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낮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대표적 분배지표인 지니계수도 개선됐다. 2011년 0.311에서 지난해 0.307을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산층 숫자도 늘었다. 2011년 전체 가구의 64%이던 중산층 비중이 지난해 65%로 높아졌다. 중산층은 중위소득(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소득) 50% 이상~150% 미만 가구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