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格' 생떼…회담 걷어찬 北

조평통 국장 보낸 北, 南 차관 나오자 "대표단 파견 보류" 통보
당국회담 무산
< 더 꼬인 남북관계 > 남북이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대립하던 끝에 타협에 실패,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담이 무산됐다. 회담 예정 장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직원이 현수막을 만지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남북 양측이 11일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12일 열릴 예정이던 회담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이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며 “정부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통일부 장관을 회담에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고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수석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북한은 비정상적 관행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 1시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는데 북측이 통보한 수석대표는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이었다.

북한이 장관급 인사를 파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통보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수석대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우리 측은 원안을 고수했다. 정부는 북한 대남기구인 조평통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여러 명이 있어 이보다 하위 직책인 서기국장을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과 같은 급 인사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 북한 측은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이런 주장은 국민 상식과 국제 기준에도 안 맞는다”며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통일부 차관의 격을 문제삼아 당국 대화까지 거부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이라도 당국 간 회담에 나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10일 새벽까지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한 쪽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런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서 ‘상급 인사’를 내보내겠다고 맞섰다. 북한은 과거 21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에 통일전선부장이 아니라 내각 책임참사 등이 단장으로 나왔다는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수영/도병욱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