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행정부 라인업 갖춰…40대·하버드대 출신이 미국을 움직인다

인사이드 Story

퍼먼 NEC 수석 부의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지명
라이스·파워 두 여성 파격 인사
오바마의 이너서클, 국무·국방부 '접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요직에 40대 초반의 ‘젊은 피’를 잇따라 기용하자 워싱턴 정가에서 “40대의 오바마 이너서클이 미국을 움직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40대 수혈’은 올 1월 백악관 비서실장에 43세인 데니스 맥도너를 발탁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인사는 그 결정판이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에 전진배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42세인 제이슨 퍼먼 국가경제회의(NEC) 수석부의장을 CEA 위원장에 지명했다. 퍼먼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다가 2008년 대선캠프의 경제정책 팀장을 맡으며 오바마와 인연을 맺었다.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하는 CEA 위원장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중책으로 내각 멤버다. 오바마 정권에서 CEA 위원장은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대 교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등 명망 있는 교수가 맡아온 것을 고려하면 ‘40대 비(非)학자 출신’ 기용은 파격이었다.

오바마는 지난 5일 ‘오바마의 여인’으로 불리는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 대사(48)를 백악관의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했다. 그러면서 사만다 파워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43)을 유엔대사에 내정했다. 두 여성의 파격 인사에 국무부가 술렁거렸다. 재선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아 오바마의 신뢰를 얻은 신예 젠 사키(33)가 국무부 대변인 자리를 꿰찬 지 두 달도 안돼 요직 중의 요직인 유엔대사 마저 낙하산이 내려왔기 때문. 사키 대변인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물러날 경우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이 이너서클로 완전 개편됐다”고 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뿐만이 아니다. 국방부에도 ‘젊은 피’가 투입됐다. 오바마 상원의원 시절 외교보좌관을 지낸 마크 리퍼트 전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40). 그는 공화당 출신의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이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후 오바마의 특명을 받고 국방장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의 40대 이너서클이 국무부와 국방부를 물밑에서 움직이고 존 케리 국무장관(69)과 헤이글 국방장관(66)은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상원시절 외교보좌관

오바마 이너서클의 실세들은 상원의원 시절의 보좌관 및 선거캠프 참모, 그리고 하버드대 동문들이다. 맥도너와 리퍼트는 2005~2006년 상원의원 시절부터 외교안보 가정교사 역할을 해오면서 ‘좌 맥도너, 우 리퍼트’로 불려왔다. 2003년 ‘미국과 대량 학살의 시대’란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파워 유엔대사 내정자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시절에 오바마 상원의원 자문역할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퍼먼 위원장과 사키 대변인, 머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31)은 선거캠프 참모 출신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돼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마이크 프로먼(50)은 1990년대 초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오바마와 함께 공부했던 ‘절친’이다. 젊은 피 절반이 하버드대 출신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적 동지를 요직에 배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