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당국회담 무산 파장] 조평통은 '노동당 거수기'

정부 "통일부 파트너 될수 없다"
"직책보다 인물이 중요" 반론도
남북 당국회담이 양측의 수석대표 ‘격(格)’ 문제로 무산된 배경엔 남측과 다른 북한의 조직과 직급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당 중심 국가다. 모든 정책은 조선노동당이 결정한다. 행정부는 당의 지도와 통제 아래 정책을 입법화하고 집행하며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대남정책은 남측의 정부기구인 통일부와 달리 당 소속인 통일전선부에서 총괄한다. 내각에는 대남정책에 관련된 기구가 없다. 북한은 과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통일부가 행정부라는 이유로 내각 소속 인사가 적합하다며 내각 책임참사를 수석대표로 내보냈다. 내각 책임참사는 일종의 무임소 역할을 맡는다. 다만 인물의 면면에 따라 과장급에서 장관급까지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장관급회담에 나선 북측의 전금진, 김영성, 권호웅 등은 북한 당국 내 위상으로 볼 때 장관급으로 보기에는 비중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내각 책임참사가 이번 남북실무접촉 수석대표로 나섰던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보다 서열이 아래라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회담에 업무상으로 통일부의 카운터파트에 해당하는 통전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하지만 북한은 통전부장이 대남비서를 겸임하는 만큼 한국의 부총리급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1994년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남측 이홍구 통일부총리와 북측 김용순 당 대남비서 겸 통전부장이 만났는데, 김용순이 ‘우리 부총리끼리…’라며 부총리 행세를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대남 발표 등의 창구로 외곽기구인 조평통을 주로 활용한다. 북한은 지난 6일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하면서 조평통 특별담화 형식을 이용했고 이번 당국회담에도 조평통 서기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정부는 조평통은 반관반민 성격으로 노동당의 거수기에 불과한 만큼 통일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직책보다는 인물의 면면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당 간부가 행정관료를 겸하는 등 겸직이 활발하다”며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지만 누구도 김영남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보다 서열이 높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