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장미 말고 사랑을 팔아라

고객의 마음을 훔쳐라
장정빈 지음 / 올림 / 399쪽 / 1만8000원
1990년대 초 컵라면이 1개에 300원이었을 때 삼양라면은 5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소비자들은 거부감을 보였고 매출은 뚝뚝 떨어졌다. 삼양라면은 자구책을 짜냈다. 1000원짜리 신제품 컵라면을 내놓은 것. 더 비싼 제품이 나오자 500원짜리 컵라면은 순조로운 매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여러 대안 중에 양 극단을 배제하고 중간에 있는 대안을 고른다는 ‘타협효과’가 효력을 발휘한 순간이다.

《고객의 마음을 훔쳐라》는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기업 마케팅과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말고 사고 싶게 만들라”고 강조한다. “장미꽃 사세요”라고 판촉하는 대신 “장동건이 고소영에게 사랑 고백할 때 줬던 장미꽃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효과적이다. 자동차용품 같은 호화 상품은 낱개로 파는 것보다 묶어 파는 게 좋다. 낱개로 팔면 소비자들은 가죽시트에 100만원을 쓸 가치가 있는지 선루프를 80만원 주고 설치해야 하는지 등 일일이 따져보게 되고 그 고통으로 구매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남녀의 심리 차이를 고려한 대화법도 눈길을 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남성 고객에겐 “4초 만에 시속 100㎞를 낼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하는 게 좋고 여성에겐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4초밖에 안 걸려서 훨씬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것”이라고 하는 게 설득력을 높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