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형평성 잃은 공공기관 평가

김우섭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
“똑같이 정부의 대형 국책 사업을 진행했지만 4대강 사업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만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18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평가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부채는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후였다. 수자원공사 부채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부터 4년간 8조원 이상 늘었다. 그러나 ‘4대강 예외조항’을 인정받아 공공기관 평가에서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A등급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B등급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맡았다가 부채가 급증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평균 이하인 C등급을 받았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빚이 늘어나 B등급을 받은 한국전력 관계자도 “평가 항목을 수시로 조정해 예외 조항을 둔다면 어떤 공공기관이 정부의 평가 방식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 평가단 내부에서도 4대강 사업 부실로 논란이 된 수자원공사가 B등급을 받는 게 적당한지 논란이 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평가단 관계자는 “이번 경영평가 지표는 2011년 말에 만들어진 것이고 평가단은 그 지표에 따라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항목이 정해진 상태에서는 기업의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평가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4대강 예외조항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있었고 거기서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대신, 그 부분에 대한 경영평가는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대규모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국책사업을 누가 앞장서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이 문제로 공공기관 평가의 형평성과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등급 내용에 따라 기관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수백만~수천만원의 성과급이 달려 있는 현실에선 특히 그렇다. 자칫 공공부문 전반의 사기 저하와 함께 평가작업에 대한 불신풍조가 만연할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막대한 부채 때문에 좋은 등급을 포기하고 있던 직원들도 수자원공사를 보면서 분개하고 있다”는 공기업 관계자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김우섭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