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군대 보여주고 싶어 마음약해질까 연기자 눈도 안맞춰”, 최민근 진짜사나이 PD

/MBC 제공
최민근 ‘일밤-진짜사나이’PD

호주인 개그맨(샘 해밍턴), 예비역 병장 개그맨(서경석), 영화배우(김수로, 류수영, 장혁), 가수(손진영), 군 미필 아이돌(박형식) 등 연예인들이 영장을 받고 입대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리얼군버라이어티, ‘일요일일요일밤에-진짜사나이’ 이야기다. 100여명에 달하는 촬영 스태프를 이끄는 최민근 PD(38·사진)를 지난 21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났다. 최 PD는 ‘그래도 연예인들인데 유격체조에다가 화생방훈련까지 받게 할 줄은 몰랐다’는 시청자들의 원성(?)만큼 독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군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며 “촬영에 들어가면 마음이 혹여 약해질까 연기자들과 눈도 안 마주친다”고 말했다.

▷왜 ‘군버라이어티’인가.

“국내 예능프로가 안 다룬 것을 찾다보니 ‘이젠 군대다’ 싶었다. 앞으로 군에 갈 청년, 다녀온 사람 등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 생활은 항상 화제의 중심이 된다. 여성들에게도 군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달 방영된 ‘화룡연대’ 편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평이다.

“포병부대의 무기체계가 다 나오는데, 육군본부의 협조 없인 애초에 촬영이 불가능하다. 군이 보여줄 것은 보여주자고 마음먹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걸 느끼고 있다. 방송을 보면 자주포 안에서 졸았는데도 ‘안 졸았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병사가 나온다. 연기자들과 함께 생활한 사병들의 캐릭터가 유난히 좋았다.”

▷군 생활은 어디서 했나. ROTC 장교로 육군 5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근무했다. 공동연출하는 김민준 PD는 지뢰탐지병 출신이다. 각자의 경험을 살려 군을 다양하게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군이 어떻게 달라졌나.

일단 부대시설이 많이 좋아졌다. 사회변화를 수용하는 트렌드도 굉장히 빨라졌다는 느낌이다. 올초 공군이 ‘레리제라블’을 패러디한 ‘레밀리터리블’ 영상을 만든 것도 그렇고 이번 방송 나가고 나선 육군에서 ‘포병 숫자송’ UCC를 제작하더라. 군은 예전처럼 시간 낭비하고 손해 보는 곳이 아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등 공부하는 병사도 많더라. ▷군의관이 생활관을 돌며 병사를 챙기는 장면도 있었는데 사실인가.

“정말로 그렇게 하는 부대다. 앞으로 군대 갈 청년들한테 군이 이만큼 변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방송인데, ‘설정’이 있지 않나.

“전혀 없다. 부대의 정상적인 훈련 일정에 따라 진행한다. 연기자들이 실제 병사와 생활하다보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연기자들의 불평불만은 없나.

“제작진에게 ‘우리는 방치됐다’고들 푸념하더라(웃음). 평소 매니저의 도움 아래 아무 때나 먹고 싶은 것 먹고 하는 사람들이라 힘들어할 줄만 알았는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장혁 씨는 촬영이란 단계를 넘어 군인이란 상황에 몰입하고 즐기더라. ”

▷군 시절을 떠올리고 부모님 생각을 하며 눈시울을 붉힌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유격체조 할 때나 가스실에서 어머님은혜를 많이들 부르지 않았나.아버지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평소 서먹한 관계의 부자지간도 남자의 공간인 군대에선 서로 통하고 밀접해지기게 된다. ▷앞으로의 프로그램 방향은.

“공병, 보병, 헌병도 모두 매력이 있다. 다양한 부대를 방문해볼 계획이다. 군 생활이 결국 좋은 경험이 되는 이유는 각자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같이 사는 건 의무이지만 사회에선 그렇지 않다. 군이 장병들에게 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지, 군이 왜 한층 사람을 성숙시키는지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
일산=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