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찾은 美 부동산 경기…곳곳 헌집 허물고 재건축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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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근 100만弗 이상 저택 신축 잇따라미국 워싱턴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인 북부 버지니아주의 매클린과 폴스처치. 워싱턴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이들 도시의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는 대부분 1960~19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집이다. 요즘 이곳 주택가는 건설 현장을 방불케 한다. 낡은 집들이 곳곳에서 새 단장을 하고 있어서다. 오래된 집을 완전히 헐고 100만달러 이상의 저택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집값 작년보다 10~20% 올라…"경기회복 견인"
1일(현지시간) 매클린의 웨스트모럴랜드 스트리트. 도로 주변의 주택가 곳곳에서 포클레인, 트럭 등이 바삐 움직였다. 중소 주택전문건설업체 디마의 브렌단 디마 사장은 “지난해에는 120채를 지었는데 올해는 150채 정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중단됐던 재건축이 작년부터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올 들어 수요가 더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택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3~4개월 전에 바닥을 쳤다”고 자신했다. ◆재건축 열풍 부는 미 주택가
이곳에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주택전문업체인 클래식홈이 4층짜리 저택을 짓고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지난 2월에 건축을 시작했는데 올가을께 완공된다”며 “땅값과 건설 비용을 합치면 200만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실거주 목적뿐만 아니라 집값이 바닥을 친 데다 모기지금리도 낮아 투자 목적으로 집을 짓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민간 및 공공 부문의 건설 지출은 전달보다 0.5% 증가한 8749억달러(연환산 기준)였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최대치다. 주택건설 지출이 주도했다. 전달보다 1.2%,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2.7% 급증했다. 특히 민간 주택 건설 지출은 2008년 10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 건설 지출이 1조달러를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2011년 초 75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완연한 회복세로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경기회복 원동력 주택건설 붐은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덕분이다. Fed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2조달러 이상의 돈을 찍어 시장에서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해왔다. 그 결과 모기지금리를 비롯해 장기 금리가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연 6~7%에 달했던 30년 만기(고정금리) 모기지금리는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연 3.35%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저금리로 주택 구입 비용이 줄어들자 자연히 주택 수요가 늘어났다. 지난 5월 중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연환산 기준으로 전날보다 2.1% 늘어난 47만6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6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였다. 신규주택의 가격(중앙값)도 26만900달러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
매클린지역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하루 와다야카(58)는 “오랜만에 매매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며 “렌트 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되고 가격도 지난해보다 10~2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 그리고 재고 부족 등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건설경기 회복은 고용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경기 회복세는 올초의 세금 인상과 연방정부의 예산삭감에 따른 충격을 덜어주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상승이 변수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다. 지난 5월 말 Fed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예고하면서 국채금리와 함께 모기지 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초 연 3.35%에 머물렀던 30년 만기 모기지금리는 최근 연 4.46%까지 급등했다. “Fed의 성급한 출구전략이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주택건설협회와 웰스파고은행이 발표한 6월 주택시장지수는 52로 나타났다. 지난 5월 44에서 급등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톰슨로이터와 미시간대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4.1로 지난 6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처드 쿠틴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경기회복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의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이 경제 전망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