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길 "과감한 이민정책 펴 젊은 외국인력 유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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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길 美 UCLA 교수 고령화 문제 해법“한국 정부는 과감한 이민 장려 정책으로 젊은 외국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
단일민족에만 집착
국가경쟁력 떨어질 수도
출산장려보다 효과적
세계적 노인정책 전문가인 페르난도 토레스 길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사진)가 내놓은 한국의 고령화 문제 해법이다. 그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단일 민족국가라는 가치에만 집착하다가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민자를 받아들여 고령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보건사회부 내에서 노인복지담당 초대 차관보를 지낸 토레스 길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IAGG)에 참석했다.
그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이민의 문호를 넓히는 게 고령화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까지 필요해 성공한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민정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을 들었다.
단일 민족국가 정체성이 강한 한국에서 이민자를 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일축했다. 1992년 LA 한인타운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 사건과 이후 한인사회의 대응을 참고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당시 큰 피해를 본 한인사회는 평소 타인종과 어울리지 못했던 태도를 자성했고, 이후 한인들은 흑인과 라틴계 주민 등과 함께 어울려 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 수준이 비교적 높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갖추고 있는 전문성을 사회공헌 형식으로 지역사회와 연결시킬 수 있다”며 “전문성을 살린 직능클럽을 조직해 노인 인력을 네트워크화해야 한다”고 했다. 재산이 많은 노인이 원할 경우 사회 환원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