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보관 '盧·金 대화록' 열람·공개…'NLL 진실공방' 2라운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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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257·반대 17로 의결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기록물, 정상회담 전후 자료 등이 국회의원들에게 열람, 공개된다.
기록원, 10일내 국회 제출
여야, 국민 공개 놓고 이견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제출 요구안’을 재석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 사본 제작 및 자료 제출을 허용하고 있다. ◆사전·사후 회의록도 열람
국가기록원 대화록이 열람·공개되면 지난달 국가정보원의 정상회담 발췌록 및 전문 공개로 촉발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은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야당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전문의 왜곡,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온 만큼 그 진실 여부도 가려진다.
국회가 요구한 자료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회의록, 녹음기록물(녹음파일과 녹취록 포함) 등 관련 자료와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사전준비 및 사후 조치와 관련한 회의록, 보고서, 전자문서를 포함한 부속자료 등이다. 국회는 ‘자료제출요구안’에서 “자료 일체를 열람·공개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NLL 관련 대화의 진상이 무엇인지 사실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상현 새누리당·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자료 제출 요구안에 합의한 뒤 “자료 일체를 열람·공개해 이를 둘러싼 진실왜곡과 논란을 말끔히 해소함으로써 심각한 국론 분열을 마무리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책특권 이용 공개, 논란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국가기록원장은 10일 안에 이에 응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이 대화록 및 부속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면 운영위는 열람 대상 및 열람 기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열람 뒤 국민에게까지 공개될 수 있을지, 아니면 국회의원들만의 제한된 열람에 그칠지 정리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열람은 되지만,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이 사본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만큼 얼마든지 공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제한적 열람은 가능하지만 공개는 금지돼 있다. 비밀 누설 금지조항에 따라 열람 내용물 누설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게 된다.
공개 방식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국익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열람 주체 역시 논란이다. 이 부분도 최소한의 범위 규정이 적용될 경우 국회의원 전원이 아니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나 국회 운영위 소속 의원 등 일부 의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열람이 허용될 수 있다.
◆여야, 강제 당론 … 속전속결
요구안은 강제 당론을 정한 여야의 압도적 찬성 속에 통과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단 한 명의 반대 투표도 없었고, 민주당에서는 김성곤 추미애 박지원 김승남 의원 4명을 제외하고는 ‘반란표’가 없었다. 양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속내는 다르지만 전략적 필요에 따라 의기투합, 속전속결로 국회의결 절차를 밟은 데 따른 것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