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권한 없어 '솜방망이' 제재

보험료율 잘못 검증…소비자에 피해준 보험개발원
보험개발원이 보험상품의 보험료율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보험 가입자들이 수년 동안 잘못 계산된 보험료를 냈지만 금융감독원은 제재권이 없어 보험개발원에 ‘직원 조치 의뢰’만 요청했다. 보험료율 산출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료율 검증을 담당한 ‘직원에 대한 조치 의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1일 보험개발원에 발송했다. 지난달 20일 부적정한 보험료율 산출을 이유로 동부화재와 한화손해보험에 기관주의와 과태료 부과 등의 징계를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보험개발원은 이달 내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 등을 결정한다. 현재로선 주의 조치 등의 경징계가 예상된다.

앞서 동부화재는 일부 담보위험의 통계자료를 누락하거나 중복 계산해 2008~2012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0.9~13.6%(만 40세 남자 기준)씩 낮게 책정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작년 4월 이후 신규 가입이나 갱신 때 적용하는 실손의료보험 위험률을 잘못 산출해 소비자 20만명에게서 총 1억원가량의 보험료를 더 거뒀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보험개발원이 기초서류 확인 업무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적정한 기초통계 사용과 산출방식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보험개발원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이 요청한 개인용 및 업무용 자동차보험의 기본 보험료율 검증 과정에서도 손해 조사비 누락 등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적정하게 산출됐다’는 취지의 잘못된 검증 결과를 보험사에 통보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금감원의 감독 대상이기는 하지만 보험료율 산출 행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제재 권한이 보험업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제재 수위를 정하지 못하고 보험개발원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 보험료율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이다.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보험개발원의 보험료율 검증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상품 인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료율의 적정성 확인을 요청하면 적정하게 산출됐는지를 확인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