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장 100조 시대] '이웃집 꽃미남' 日서 인기몰이…방송콘텐츠 수출 2억달러 넘어

(1) '韓流의 선봉' 방송·영화산업

'겨울연가' 日서 히트 계기…드라마 전세계로 진출
올 관객수 2억명 돌파 예상…한국영화 '전성시대'
비슷한 드라마 양산 문제…'스크린 독과점'도 풀어야
케이블TV채널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에 출연한 고경표(왼쪽부터)와 윤시윤, 미쓰타 고유키가 최근 일본 도쿄 유포트홀에서 팬미팅을 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지상파 채널 TBS에서 지난 1일부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CJ E&M 제공
일본 지상파 채널 TBS는 지난 1일부터 평일 오전 10시대에 새 드라마를 편성했다. 올초 케이블TV 채널 tvN에서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미니시리즈 16부작 ‘이웃집 꽃미남’이다. 국내 케이블TV 드라마 중 최고가로 일본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최진희 CJ E&M 드라마사업 총괄 상무는 “박신혜 윤시윤 등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여서 TBS에서 방송된 한국 드라마 중 첫 회 시청률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개봉 3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싱가포르(18일)를 시작으로 미국(19일), 캐나다와 대만(28일) 등에서 잇따라 개봉된다. 이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마케팅팀 과장은 “국내 흥행 열기에 힘입어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 해외 개봉일이 앞당겨지고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선봉장’ TV드라마와 영화

TV드라마와 영화 등 국내 영상산업은 지난 10여년간 한류를 이끌며 발전해 왔다. 1999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는 ‘한류’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2004년 일본에서 크게 히트한 ‘겨울연가’는 한국 드라마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영화 ‘쉬리’ ‘엽기적인 그녀’가 일본에서 상영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 방송시장 규모는 2007년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3조55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방송콘텐츠 수출액은 작년 2억2500만달러로 10년 새 7배가량 커졌다. 영화부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도 ‘한국영화 전성시대’로 불릴 만큼 ‘7번방의 선물’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히트작이 쏟아졌다. 연간 영화 관객 수가 사상 최고치인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환경 개선·다양성 확보 시급

외형적으론 ‘장밋빛’으로 보이는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의 속내는 밝지만은 않다. 방송부문에서는 제작사 난립과 시청률 경쟁 심화로 TV드라마 등 방송콘텐츠 제작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2011년 말 종합편성채널 출범은 콘텐츠 다양화와 시장 확대 등 기대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출연료, 작가료 상승 등 제작비용만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의 최영근 대표는 “현 시스템은 시청률에 민감한 비슷비슷한 드라마만 양산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작가 양성 프로그램 마련 등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확충에 좀 더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콘텐츠 양산은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방송콘텐츠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박인수 KBS미디어 글로벌사업부장은 “국내에서 쏟아지는 사극과 남성 위주의 복수극들은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지 않은 장르”라며 “아시아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참신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부문에서도 흥행·대작 영화의 개봉관 독식 현상 심화에 따라 독립·중저예산 영화 제작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이 최우선적 개선 과제로 꼽힌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조사팀장은 “스크린 독과점은 정부 규제가 아니라 민간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극장 제작자 감독 등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