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으로 뜨는 달러화 표시 채권…하이일드 채권·시니어론 투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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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채권형 상품달러화 표시 채권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이른바 ‘출구 전략’ 실시 방침을 천명한 데다 중국 단기 금융시장에 자금 경색이 나타나자 달러화 표시 채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 포드·굿이어·GM 등 글로벌 기업 다수…매년 지급하는 이자 상대적으로 많아
시니어론, 담보 있고 부도시 가장 먼저 변제…변동금리…금리 상승땐 이자 늘어
○달러화 표시 고수익 회사채 관심 미국 출구전략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고수익 투자처였던 신흥국 투자 매력은 빠르게 줄고 있다. Fed가 유동성 공급량을 줄이면 미국계 자금이 본국으로 환류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연초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약 7%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나 인도 루피화 가치는 8%가량 떨어졌다. 신흥국에선 먼저 빠져나갈수록 손실이 작기 때문에 경쟁적인 자금 이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 채권은 낮은 금리로 인해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흥국 대신 선진국 시장에서 환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수준인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고수익 회사채를 우선 주목하고 있다. 투자 부적격 기업들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BB+’ 이하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면면을 따져보면 건실한 사업 성과를 가진 대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투기 등급을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포드자동차, 굿이어타이어, GM, 델몬트, 버거킹 등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도 경우에 따라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받곤 한다.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이일드 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고수익 회사채도 이른바 ‘버냉키 쇼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의 채권 금리가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 표시 고수익 회사채는 매년 지급하는 이표이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표금리를 노리고 투자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과 함께 온다. 때문에 고수익 회사채 발행 기업들의 디폴트 리스크(부도 위험)가 줄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아지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변동금리채권 ‘시니어론’도 주목할 만
‘버냉키 쇼크’를 전후해 자산가들은 ‘시니어론(Senior Loan)’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시니어론은 은행 등 금융사가 미국 투자부적격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준 변동금리 대출 채권이다. 금융사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그대로 안고가는 대신 이를 한데 모아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대출에 뒤따르는 위험을 피한다.
시니어론의 장점은 은행 대출이다보니 담보가 있고 부도시 가장 먼저 변제된다는 것이다. ‘선순위 대출’을 의미하는 ‘시니어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이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보다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의 시니어론 유통 시장 규모가 최근 10년간 5배 증가하는 등 시니어론 거래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도 이런 장점 덕분이다. 시니어론의 두 번째 장점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시니어론 금리는 매일 변동하는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 금리에 해당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감안해 책정된 신용 스프레드 금리를 더해 계산된다. 리보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이자도 늘어나게 된다. 리보 금리가 일정 수준 밑으로 하락하더라도 시니어론은 일정한 금리 하한선을 적용받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작년 이후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하이일드 채권펀드 상품도 수익성을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하이일드 채권펀드 금리는 현재 연 5~6% 정도다. 연 2.7% 전후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 금리보다 높다.
게다가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이일드 펀드는 1000개가 넘는 하이일드 채권에 분산 투자해 신용위험을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하이일드 채권 펀드인 AB글로벌고수익채권 펀드의 경우 최근 1년간 17.4%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값 하락 가능성은 주의해야
하지만 이들 달러화 표시 채권은 근본적으로 고위험 상품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 부도율을 낮추고 시니어론은 담보를 통해 신용을 보강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채권 발행사들이 원리금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투기등급을 갖고 있어 부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투자 전에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할 위험도 달러화 표시 채권 투자의 ‘복병’이다. 이표이자가 높긴 하지만 금리가 급등하거나 경기가 급격히 악화돼 부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해 평가손을 입을 수 있다.
변동금리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시니어론도 예외는 아니다. 일시적으로 시니어론에 대한 매도가 늘어나면 채권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채권 투자의 가장 큰 위험은 대규모 투매가 몰려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물론 하이일드 채권도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환 위험’도 유념해야 한다. 달러 표시 채권이기 때문에 원화를 환전해 투자하는 대다수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늘거나 줄어들게 된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는 현재는 수익에 플러스가 되지만 나중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수익에 마이너스가 된다. 하이일드 펀드는 환헤지를 하는 상품과 하지 않는 상품이 있으므로 가입 전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heejoo.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