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대래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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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경제부 기자 kjwan@hankyung.com“(기업들의)효율경쟁이 안전투자의 소홀을 초래한 것인지, 아니면 장기 독점을 하다 보니 방심으로 흐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와 관련해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앞으로 원인 규명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아시아나항공의 참사는 우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썼다. 보기에 따라 이번 착륙사고의 책임이 아시아나항공에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노 위원장은 이 글이 “최근에 일어난 제철공장 화재, 원전 불량품, 불산 유출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한국의 내로라하는 간판기업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뭔가 불안하게 느껴진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조직의 장관급 인사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것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 원인으로 기체 결함, 조종사 실수, 공항 착륙시설 문제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최소 6개월 뒤에 밝혀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만약 최종 책임이 항공사 측에 귀책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항공사 측에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주는 노 위원장의 발언은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고 조사를 맡고 있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찌감치 항공사 또는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노 위원장이 ‘효율 경쟁’ ‘장기 독점’을 언급한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은 독점기업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시장은 전방위 글로벌 경쟁구도 속에 편입해 있다.
인천공항 전광판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세계 유수 항공사들의 이·착륙 스케줄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번 사고의 파장을 우려하는 마음과 별개로 노 위원장은 공직자로서 걱정을 표출하는 방식과 표현 모두 잘못됐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주완 경제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