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열풍의 확산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

SERI.org - 이승철

지자체 중심 지원시스템 구축
기업, 근로자 힐링 지원 강화…생애주기별 맞춤서비스 제공
‘힐링’이 ‘웰빙’을 제치고 주요 사회·문화 코드로 부상했다. 웰빙이 신체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 제고를 추구한다면, 힐링은 마음과 정신의 상처 치유를 강조한다. 최근의 힐링 열풍은 2010년 이후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취업난 등 생존 경쟁에 내몰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감, 위로, 치유에 대한 욕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힐링 트렌드를 반영해 멘탈케어, 요가, 명상, 스파 등의 힐링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 후반 힐링 열풍이 불며 ‘릴랙세이션(relaxation)’ 산업이 본격화했는데, 2020년께 이 산업은 12조~16조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힐링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준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개인이 접할 수 있는 힐링 기회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 웰빙 트렌드가 유행했다가 급속히 힐링으로 교체됐듯이, 지금의 힐링 열풍 또한 쇠퇴할 수 있다. 따라서 힐링 열풍의 배경을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힐링 환경으로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힐링 열풍의 배경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위기 후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빠른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청년실업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둘째, 생활 속 힐링이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1인 가구 확산, 고령화 진전 등으로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일상적 배려와 위로가 적어진 탓이다. 셋째,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넷째, 정신과 신체의 실질적 치유 효과가 있는 힐링 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이를 반영해 브랜드 개념을 힐링으로 삼은 상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으며, 정신과 치료에 예방·대체의학 등을 연계한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

힐링 열풍이 지속 가능한 힐링 환경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발전방향 아래 예방과 통합의 힐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는 힐링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자연치유시설, 상담전문가, 항(抗)스트레스 상담센터 등을 확충하면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의료보험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기업은 근로자 힐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잠재적 정신건강 위험군(群)을 상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스트레스 진단을 정례화하고, 사내 인프라를 이용한 자가인지를 유도하는 등 정신건강 위험군에 대한 예방과 지속적 관리에 힘써야 한다. 소니는 사내 웰니스(wellness)센터를 설치해 내부상담과 외부 전문기관 이용을 연계하고 있으며, 애보트랩스는 정신건강이 악화된 근로자의 성공적 복귀를 위해 기간과 횟수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셋째, 소비자 내면을 심층 이해하고 맞춤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가 직면한 다양한 내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둔 힐링 서비스가 필요하다. 특히 생애 주기별로 심리적 갈등 및 불만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힐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힐링의 발전방향 아래 기업은 고객만족 차원에서 ‘고객과 함께하는 힐링’을 추구하고, 임직원 보호와 복지 차원에서 정신건강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는 뇌과학 연구 등 정신건강 관련 R&D 투자 강화 등 힐링의 과학화를 선도해야 한다.

이승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ungchul1.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