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간판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시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20대 그룹 계열 45개 상장사의 올 2분기 경영실적이 사실상 ‘속 빈 강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영업이익은 수치상으로는 작년 2분기보다 19.4% 증가했지만, 반도체 효과가 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 계산하면 오히려 8.2%나 감소했다는 게 한경의 분석이다. 매출 증가율도 고작 4.4%밖에 안되는 상황이다. 간판기업들이 원가 및 비용절감, 투자 축소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간신히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목할 것은 잘나간다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 계열사 10곳의 2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반토막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조차 실적의 7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등의 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은 3% 줄었다. 현대차그룹 역시 7개 계열사의 영업이익 합계치는 6%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마이너스였다. LG SK 두산 등 주요 그룹과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다른 간판 기업도 상황이 비슷하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공통적인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성장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7월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와 8월 전망치가 하락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3분기 BSI도 97로 전분기보다 나빠졌다. 2011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도는 수치다.

정부가 전망하는 경기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가 너무 다르다. 2분기 성장률이 1.1%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낙관하는 정부와 한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당장 기업의 설비투자는 올 들어 1분기에 반짝 증가했다가 2분기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정 투입도 곧 한계를 드러낼 게 뻔하다. 정부가 경제민주화 입법이 마무리됐다며 앞으로는 경제활성화로 가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면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투자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