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도 팔고보자" 수입차 공세…현대차 점유율 7.2%P 뺏겼다

'안방'서 위협받는 현대차

수입차 평균가격 5900만원
9년새 1800만원 23% '뚝'
현대자동차가 최근 작성한 ‘수입차 가격 하락 현황 및 영향:폭스바겐, 도요타를 중심으로’는 이 회사가 수입차 공세에 따른 가격경쟁 구도 변화를 정밀 분석한 첫 내부 보고서다. 수입차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7만4487대로 작년 상반기(6만2239)보다 19.7% 늘어나는 등 최근 연간 2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009년 이후 판매량이 매년 1만대씩 줄었다. 보고서는 수입차 판매가격 하락이 수입차 판매 증가와 현대차 판매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팔아야 산다” 수입차 가격 인하 공세

수입차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 인하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도요타는 2009년 118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난 6월부터 차종별로 200만~700만원 값을 내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판매량을 늘리려면 현대차 등 한국차 점유율을 뺏어와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차값을 낮췄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새차 가격을 낮추는 대신 편의사양 등 옵션을 줄여 가격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 폭스바겐 차량의 평균 판매가격은 2007년 5400만원에서 지난해 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수입차 평균 판매가격은 2003년 이후 9년 동안 7700만원에서 5900만원으로 23.4% 떨어졌다.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낮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와 직접 경쟁하는 도요타, 폭스바겐이 차값을 내린 것은 물론 FTA 발효 후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도 가격 인하 공세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판매량은 2009년 70만대에서 지난해 66만대로 4만대가량 줄었다. 이 기간 내수시장 점유율도 50.5%에서 43.3%로 7.2%포인트 낮아졌다. ◆수입 소형차 출시 대기…현대차 비상

현대차의 보고서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팽창기를 맞은 만큼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받는 가격 인하 압박도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에도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수입 소형차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다음달 소형차 A클래스를 내놓고, 닛산은 9~10월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크를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 등 다른 업체들도 소형차 출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가 비슷한 가격의 수입 소형차와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현대차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