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한국 신약 "올레"…보령제약 '카나브' 중남미 수출 1억弗 쾌거

지금까지 출시된 국산 신약 20개 품목 가운데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넘어선 제품이 나왔다.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내수업종’으로 취급받아온 제약 산업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업계는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얀센 출신 최태홍 사장 영입…해외수출 전담조직 운영 보령제약은 지난 23일 멕시코 제약사 스텐달과 2600만달러 규모의 ‘카나브 이뇨복합제’ 추가 수출계약을 맺었다. 2011년 11월 라이선싱아웃(특허기술사용허가) 방식으로 이 회사와 3000만달러 규모의 카나브 수출계약을 맺은 데 이은 추가 수출이다. 이와는 별도로 보령제약은 지난해 10월 브라질 1위 제약사인 아쉐와 4310만달러어치의 카나브 단일제 및 복합제 수출계약을 맺었다. 중남미에서만 국산 신약 카나브로 991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러시아와 맺은 수출계약을 포함해 전체 카나브 수출은 1억1460만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한 의약품의 해외 진출은 많았지만 카나브처럼 실제로 해외 판매와 마케팅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카를로스 위드필드 스텐달 사장은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찾다가 카나브를 알게 됐다”며 “임상 4상(시판 뒤 최적 사용법과 위험 정보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의 결과가 좋아 멕시코에 꼭 필요한 약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을 ‘세계화’하겠다는 보령제약 경영진의 노력도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다.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은 지난해 해외 진출 전담조직을 만든 데 이어 올해 1월 다국적 제약사인 얀센 출신의 최태홍 사장을 보령제약 사장으로 영입했다. 해외 제약사 마케팅 경험을 활용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인사였다. 러시아 이어 고혈압 환자 많은 중남미시장 집중 공략

김 회장은 23일 수출계약을 체결한 멕시코와 브라질을 차례로 방문했다. 김 회장은 해발 2300m가 넘는 고지대인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현장을 챙겼다. 카나브 이뇨복합제 공급계약 체결식에서 그는 “기쁘고 신나는 마음에 지칠 겨를이 없다”며 “글로벌 제약시장에 처음 진출한다는 점에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카나브 수출계약을 맺은 아쉐에 들러 약 제조공정과 고형제 생산 파이프라인을 둘러봤다.

중남미 의약품 시장은 2011년 기준 629억달러(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 헬스데이터 자료)에 달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10~13%다. 그중 인구 1억9800만명의 브라질과 1억1100만명인 멕시코는 중남미 시장의 57%를 차지한다. 특히 멕시코 식품의약품 관리관청인 코페프리스(COFEPRIS)의 제약 허가를 받으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페루 등 인근 13개 남미 국가에까지 동시에 진출할 수 있다.

“좋은 인재 모아 좋은 약 만들겠다” … 김승호 회장의 지론 통했다

김 회장은 1932년 충남 보령시 웅천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도립병원에 약재를 공급하던 형의 권유로 서울 종로5가에 고향 이름을 내건 약국을 열었다. 당시 김 회장은 자전거로 약을 실어 날랐다. 자전거가 두 패달을 굴려 앞으로 나아가듯이 제약회사도 인재와 연구개발(R&D)이라는 두 페달을 계속 돌려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카나브의 성공적인 중남미 진출에 대해 “좋은 인재를 모아 좋은 약을 만들겠다는 평소 지론에 충실해온 것일 뿐”이라며 “해외 진출은 그런 기본이 지켜지면서 얻은 작은 성과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약가(藥價)를 내리면서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꾸준한 R&D로 좋은 약을 만들어내면서 해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며 “제약업체들이 끊임없이 좋은 신약을 만들어 성공해야 제약 세계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파울루=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