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특별법 나온다

생명윤리委, 정부에 권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등을 끼워 생명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다. 본인 또는 가족 두 명의 동의를 전제로 해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3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연명치료 중단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병의 원인과 관련한 직접적인 치료(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임종(臨終) 단계에 접어든 환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환자가 이런 상태에 있는지 여부는 의사 두 명 이상이 판단해야 한다. 권고안에 따르면 중단할 수 있는 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 등이다. 위원회는 그러나 뇌사 등으로 장기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환자는 연명치료 중단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김성덕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중앙대 의료원장)은 “식물인간을 포함할 경우 대상이 너무 넓어져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자 범위를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우선 환자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경우다. 이때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에서 서명한 유서 등을 근거로 해야 한다. 환자가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의식을 잃었을 때는 환자 일기장이나 가족의 증언에 따라 추정하는 것도 인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가족 또는 후견인이 환자를 대신해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리위는 연명치료 중단의 법적근거를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법을 개정할 경우 다양한 관련법을 손대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윤리위의 권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연내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