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회적 기업

해외여행보다 더 행복했던 국내여행
기업의 사회적책임도 규모와는 별개

김태욱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
얼마 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국내의 허브아일랜드라는 작은 관광지였는데 작년에 큰돈을 들여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을 때보다 훨씬 행복한 여행이었다. 돈도 별로 들지 않았고 특별한 행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 여행에서는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전의 해외나들이는 뭔가 불편한 패키지여행 같았다는 것. 빨리 돈을 벌어서 내 가족에게 베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여행이 알고 보니 나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가족여행 경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까지도 바꿔놓았다. 기업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사람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지금까지 나는 우리 회사도 빨리 수익을 더 많이 내서 대기업처럼 큰 규모의 사회적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에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생각을 나의 두 번째 도전인 신생서비스에 적용해보고 있다. 아직 자생할 수 있는 수익이 충분치 않은 회사도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굿바이셀리라는 인터넷 마켓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기반으로 쇼핑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광고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판매의 대가를 일부 적립금 형태로 돌려주고, 이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그 금액만큼 기부를 하고 있다. 애초에 판매자와 소비자가 기부를 하는 메커니즘이므로 원래 우리 회사의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아주 단순하고 자연스럽다.

나는 앞으로 다음 두 가지 마음가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첫째 “내가 이만큼 번 돈 중에서 이만큼이나 환원했수다”라는 마음, 둘째 “우리는 착한 일을 하는 기업이니 잘 좀 봐주십시오”라는 마음이다. 첫 번째는 원래 우리의 돈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면 생색낼 일도 없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두 번째는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주목적이 기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내가 착한 일을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착한 일처럼 보였다면 좀 겸연쩍은 일 아니겠는가.

김태욱 <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