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전력거래소 절전 위해 4층까지 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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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화력3호기 고장…공공기관 냉방기 가동 중단·기업도 절전 동참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예비전력이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한 12일 서울 영동대로 512(삼성동) 전력거래소. 건물에 들어서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사무실 문을 찾아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5층 건물의 4층까지는 모든 전등이 꺼져 있었고, 전력상황실이 있는 5층만 전등 몇 개에 의지해 근무 중이었다. 전력거래소는 필수인원 60여명만 남기고 나머지 직원 140명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 현장 절전홍보에 내보냈다.
남부 대부분 35도 넘어…전국 학교도 개학 연기
한울 원전 4호기, 2년 만에 재가동 승인
○화력발전소마저 고장 잇달아절기상 말복인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33도 이상까지 치솟는 등 올 들어 최악의 폭염이 1주일째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남 함양군 38.4도를 비롯해 남부지방 대부분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은 일제히 비상 절전에 나서 공장 등에 전기공급을 강제 중단하는 ‘긴급절전’ 상황은 비켜갔다. 그러나 폭염이 이번주 내내 이어질 전망이어서 13일, 14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화력발전소 고장이 잇따르자 전력 당국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당진화력발전3호기(발전용량 50만㎾급) 서천화력발전2호기(20만㎾급)는 고장으로 멈춰섰다. 당진화력3호기는 이번주 중 재가동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서천화력2호기는 1시간여 만에 재가동됐으나 출력은 절반(10만㎾)에 그쳤다. 전력난 고비 첫날부터 전력공급이 60만㎾ 줄어든 셈이다.
전력당국은 기업체 절전 규제 등을 시행한 이날 예비전력(전력공급-전력수요)이 160만㎾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측한 180만㎾를 밑도는 수준이다. 기업체와 국민의 절전 참여로 예비전력은 이날 오후 3시가 지나며 480만㎾로 높아져 한숨 돌렸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2011년 부품 결함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100만㎾급 한울 원전 4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한울 4호기는 14일부터 전력 계통에 병입되며 21일 100% 출력을 낼 전망이어서 전력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지자체 냉방가동 전면 중단
정부는 이날 긴급 관계부처 및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열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실내조명 소등과 냉방기 가동 중단을 주문했다. 공공기관의 실내조명을 원칙적으로 소등하고 계단, 지하 등 불가피한 곳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사용하지 않은 사무기기, 냉온수기, 자판기 전원을 차단하도록 했다. 500㎾ 이상 비상발전기를 보유한 공공기관은 오후 2~6시 비상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하도록 했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문열고 냉방영업’과 냉방온도 제한에 관한 합동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14일까지는 매일 단속하며, 16일에도 점검하는 등 주 4회 강도 높은 단속을 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발전 능력이 7744만㎾지만 이날부터 14일까지 최대 전력수요가 8000만㎾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일제히 사무실 냉방을 멈췄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도 냉방을 중단하고 구역별로 승강기 1대만 운행했다. 전력난 속에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급 학교들도 개학을 광복절 연휴 이후로 연기하거나 더위를 피해 단축수업을 하는 등 비상 대책에 돌입했다. 강원 지역에선 5개 학교가 당초 이날 예정됐던 개학을 늦추거나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기업들도 절전대책에 동참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력대란 우려가 커지자 이날 전체 회원사에 절전대책 동참을 요청하는 긴급 안내문을 발송했다. 전경련은 △전력소비 피크타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대한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가동하지 않는 기기·설비 등의 전원을 차단하며 △승강기 운행대수를 줄이고 격층 운행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현대자동차는 전력수급 ‘주의 단계’가 발령될 경우 주요 공장 사무동 냉방기기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도 비상대응 시스템을 가동시켜 이날부터 16일까지 자가발전율을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력난 해소에 동참하기 위해 이날부터 16일까지 닷새간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자체 발전기를 돌리기로 했다. 정보기술(IT) 기반시설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전력 수급 비상사태를 맞아 상황실을 구축하고 절전 운영을 하는 등 매뉴얼에 따른 비상 대기 태세에 돌입했다.
강경민/이지훈/이태명/김보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