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설립 억제…부실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교육부, 17년만에 허가제로 변경
셋째 대학등록금 지원도
최소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연내 폐지돼 대학 신설이 억제된다. 학위 남발이나 연구윤리 위반 등과 관련해 대학원도 평가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을 마련,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 확정한 뒤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설립을 억제하고 기존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강도 높게 진행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고교 졸업생이 54만9890명으로 대학입학 정원 55만9036명보다 9146명 적어지는 등 ‘역전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995년 ‘5·31 교육개혁 조치’에 의해 1996년부터 17년간 시행돼 온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폐지, 대학 설립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기로 했다. 땅 학교 교원 수익용재산 등 네 가지 최소 기본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자동 인가해온 준칙주의로 4년제 사립대는 1996년 109곳에서 올해 현재 156곳, 대학원만 있는 대학원대학교는 한 곳에서 42곳으로 늘었다.

교육부는 준칙주의 폐지와 함께 네 가지 설립요건을 강화하고 재정운영계획과 학교헌장, 학사운영계획을 엄격히 심사, 설립을 인가할 방침이다.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으로 개편하거나 대학원대학을 신설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학내 분규가 심각하거나 중대 비리가 발생한 사학 등은 특별감사를 거쳐 퇴출시키기로 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교육부는 해산하는 대학법인의 잔여재산 일부를 평생교육기관이나 사회복지법인 등 공익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상으로 올리고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재정지원 사업을 개편하기로 했다. 국가장학금 지원도 늘려 내년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성적기준(현행 B학점 이상)도 완화하기로 했다.

대통령 공약대로 내년부터 셋째 아이 이상에게 대학등록금을 지원한다. 작년 2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 기준 셋째 아이 이상 대학 재학생은 10만9000여명이다. 교육부는 학부 대상의 대학평가를 일반·전문·특수대학원에 확대하고 대학원도 학부처럼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다. 대학원의 정원 외 입학 비율을 제한하고 전임교원 강의비율 등 학과(전공·학위과정) 신설 기준도 강화한다. 연구윤리 과목 수강 의무화를 권장하고 박사뿐 아니라 학·석사·전문학사 학위도 부정 취득 시 취소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추가 연구개발 자금 등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화지원펀드(가칭)’ 조성도 유도하기로 했다. 대학이 보유한 지식재산과 아이디어를 거래할 수 있는 ‘산학협력중개센터’ 등 산학협력 유통망도 구축한다. 이공계에만 시행하던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를 산업디자인·출판 등 비이공계 분야에서도 시범실시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