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롱퍼팅 마술'…달콤한 우승 입맞춤

10·13m 버디퍼트 '쏙쏙'…넵스마스터피스 챔프 등극
오른손으로 치는 왼손잡이
< 초콜릿 트로피 품안에 > 김지현이 18일 힐드로사이CC에서 열린 KLPGA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우승한 뒤 초콜릿으로 만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왼손잡이 핸디캡을 극복한 김지현(22·하이마트)이 정확한 퍼팅을 앞세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 시즌 하반기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지현은 18일 강원 홍천군 남면의 힐드로사이CC(파72·6684야드)에서 열린 넵스마스터피스 마지막 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엮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친 김지현은 2타 차를 뒤집는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9월 초 열린 LIG손해보험 클래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이후 거둔 두 번째 우승이다.

○왼손잡이 핸디캡 극복 왼손잡이인 김지현은 일상생활은 모두 왼손으로 하지만 골프만 오른손으로 친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왼손잡이 골퍼는 대중적이지 않아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오른손으로 쳤다”며 “아버지의 선택이었는데 지금은 오른손으로 골프를 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비도 있었다. 김지현은 “골프를 시작하고 2년 동안 성적이 너무 안 나서 다시 왼손으로 바꿀까 고민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오른손으로 계속 치겠다고 결정했고 피나는 연습으로 이제는 우승도 했다”고 했다.

골프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치면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핸디캡을 갖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김지현은 본인의 노력으로 이런 핸디캡을 극복한 것. 김지현은 “첫 승을 올리고 다시 우승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1년 만에 2승을 올려 정신적으로 편안해졌다”며 “하반기에는 메이저대회 우승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3m 롱퍼팅도 ‘쏙쏙’ 전날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친 김지현은 이날 챔피언조 바로 앞에서 편안하게 플레이하며 타수를 줄여나갔다. 최유림 주은혜 전인지 등 챔피언조 선수 3명은 긴장한 탓인지 타수를 거의 줄이지 못한 데 비해 김지현은 정확한 샷으로 승기를 잡아갔다.

전반에 2번홀(파5)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김지현은 4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9번홀(파5)에서 버디를 떨군 김지현은 8언더파 공동 선두로 치고 나갔다. 8번홀까지 8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던 최유림과 주은혜가 9번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범하는 사이 김지현은 10번홀에서 1타를 줄이며 9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위기도 있었다. 김지현은 11번홀(파5)에서 홀 앞 30㎝ 지점의 손쉬운 파 퍼트를 남겨 놓았지만 공은 홀을 외면했다. 보기를 범한 김지현은 8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하지만 신기에 가까운 퍼팅 실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12번홀(파4) 그린 프린지 근처에서 1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뒀을 때였다. 김지현은 침착하게 스트로크했고 공은 홀에 떨어졌다. 9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김지현은 “10번홀 롱퍼트를 넣으면서 소름이 끼쳤다. 그때부터 퍼팅이 잘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경쟁자들이 14번홀(파5)에서 무너져내렸다. 김지현과 주은혜는 9언더파 공동 선두, 최유림과 전인지 8언더파 공동 3위인 상황. 최유림 주은혜는 보기를 범했고 전인지는 더블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졌다.

김지현의 퍼팅 실력은 17번홀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경쟁자들의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18번홀을 파로 막은 김지현은 2위 최유림을 2타 차로 누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홍천=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