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고령자 위한 별도 보험판매 채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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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관련 학회·연구기관 공동 학술대회 한경 후원저소득층과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보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별도의 보험판매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의 경제 여건상 노후 준비를 위해 사적연금까지 들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사 연금 균형 통해 복지·성장 동시 추구를"
이태열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19일 강원 원주시 한솔 오크밸리에서 열린 ‘보험 관련 연합 학술대회’에서 “가처분소득 3분위(소득 중간 계층) 이하의 노후 준비 정도가 앞으로 한국 고령화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학술대회는 한국보험학회·한국리스크관리학회·한국연금학회·보험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했다. 보험 관련 학회와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열기는 처음이다. 이 자리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참석해 ‘한국 경제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취약계층 위한 보험판매 채널 필요”
이 실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보험사의 성장전략’ 주제 발표를 통해 취약계층을 사적연금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보험판매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자율의 독립기관을 통해 온라인 웹사이트처럼 운영비용이 저렴한 보험판매 채널을 만들자는 것이다. 취급 상품은 연금·정기·상해·건강 보험 등 단순한 형태의 소액 보험으로 제한하자고 그는 제안했다.
이 실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판매채널을 활용하면 소액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중간 계층인 가처분소득 3분위 이하의 노후소득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층 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춰온 보험사들의 영업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토론에서 “고령화 사회에서 공·사연금의 적절한 균형과 상생관계를 추구하려면 귀족 마케팅에 치중했던 대형 보험사들이 주력 영업 대상과 상품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보험 가입금액을 낮추고 소액 단위의 보험상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적연금 준비 상황은 미흡”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서 공·사연금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의 고령층 복지 상황이 국제적인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복지체제는 갖춰지지 않은 반면 노인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저소득 계층의 사적연금 가입은 저조한 편이다. 2인 이상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625만원 정도인 5분위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44.9%에 달하는 반면 1분위는 6.4%에 불과하다. 사적연금 자산 규모도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작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자산 비중은 33.9%지만 한국은 4.5%에 불과하다. 고령층을 비롯해 저소득 베이비부머 등이 사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향이 크다.
김 전 수석은 연금정책을 담당한 공무원들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고령화뿐 아니라 출산율 하락까지 고려해 연금정책을 짜야 한다”며 “현재 추세라면 사회보험뿐 아니라 민영 보험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봉주 한국보험학회장은 “의료비를 통제하고 보장을 확대하려는 공적연금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사적연금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원주=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