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소매금융 강점 살려 수익개선…비은행 '新성장동력' 키운다

성과에 따른 평가·보상 확대…생산·효율성 향상 추진
부실 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우리투자증권 인수 나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2일 취임식을 가진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지점을 찾아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KB금융 제공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자산 늘리기에 나선 것은 아니다. 외형 성장과 함께 내실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게 임영록 KB지주 회장의 철학이다. 이를 위해 강점인 소매금융에서 경쟁력을 더 살려나가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은행 쪽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는 수익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부실채권 관리에 힘쓰고 불필요한 부문에 과도한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소매금융 강점 살려 수익기반 강화

소매금융은 KB지주가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3000만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고객과 1200개가 넘는 영업 네트워크가 소매금융 강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이다. KB지주는 이를 위해 우선 오랜 과제인 ‘생산성 향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최근 “생산성과 효율성이 담보돼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안정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며 “앞으로 모든 제도와 업무 절차를 고객과 현장 중심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노조와 공감대를 이뤘다. 대신 성과에 따른 평가와 보상을 확대하고, 학연·지연의 줄서기 문화를 뿌리 뽑아 인력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임 회장은 지주사의 조직부터 슬림화했다. 사장 자리와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 자리를 각각 폐지했다. 사장직을 없앤 것은 그간 ‘회장-사장-은행장’ 간 갈등 구도로 인해 의사결정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담당 임원도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고인사책임자(CHRO)에서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로 변경했다. 또 계열사의 자율경영 강화를 위해 지주사 내 시너지 추진부는 폐지하고,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의 역할은 ‘업무조정 및 지원’으로 정했다. 시너지 추진부 폐지로 KB지주는 11부 1국 1실 1연구소로 축소됐다.

◆리스크 관리로 체질개선

임 회장은 지난달 열린 취임식에서 3년 임기 동안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특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은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 회장은 “기업체 관리에 한계가 있었던 RM(기업금융 담당자) 제도처럼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룹 내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실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이 강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185조1513억원(6월 말 기준)의 대출잔액 중 기업대출이 절반 가까이 된다. 또 기업대출 중 80%가 중소기업 대출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중기 대출은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60% 수준으로, 대출 연체율이 시중 은행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부실화돼 있다. 임 회장은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겠지만 경기민감업종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중소기업 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해 비은행 부문 육성
KB지주는 지난 16일 매각절차가 공식 시작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임 회장은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며 “KB지주에 절실하게 필요한 대상에 대해 비은행 부문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지주가 업계 2위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17위인 KB투자증권과 합치면 최대 증권사로 부상하게 된다. 그룹 자산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76%)도 낮아져 안정적인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업계에선 KB지주를 가장 강력한 우리투자증권 인수후보로 꼽는 분위기다. 매각자인 우리금융지주가 공고한 것처럼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려면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저축은행 등 3개 자회사를 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4개사를 한번에 인수할 여력이 있는 후보가 많지 않아서다.

또 은행 외에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통한 성과 제고에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 카드 등을 활용해 스마트폰 결제 시장을 주도할 방침이다. KB투자증권은 회사채 인수주선, 법인영업시장 지배력 강화 등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KB자산운용은 핵심 펀드를 중심으로 운용보수를 늘릴 계획이다.

◆‘때 맞춰 오는 비’처럼 서민금융 지원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때맞춰 내리는 비를 뜻하는 ‘시우’ 같은 금융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다짐은 서민금융 지원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KB저축은행을 통한 서민 지원이다. KB금융은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처럼 대부업체보다 금액은 많게, 금리는 낮게 소액대출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KB저축은행은 500만원 한도에서 7~10등급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오는 9월께 출시할 예정이다. 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 10~2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원은 아니지만 서민들의 일자리 찾기도 직접 돕고 있다. 2011년 1월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 ‘KB굿잡’을 출범시켜 지금까지 4만1000개 이상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했다. 또 작년 5월에는 1만5000여명의 구직자가 몰린 국내 최대 규모의 취업박람회를 개최했고, 지난 4월엔 ‘2013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열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초·중·고에 찾아가는 경제 교실…독거노인에게 생활용품 지원

주요 사회공헌 활동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사회복지관협회에서 선풍기, 여름 이불, 모시 파자마 등 수도권 지역 독거노인 1100여가구에 제공할 여름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임영록 KB지주 회장(왼쪽)이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에게 증서를 전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KB금융지주는 사회공헌 활동도 금융지주의 특성을 살려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기여도를 최대한으로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2011년 말부터 ‘경제금융교육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경제금융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 양성과 교육 콘텐츠 개발까지 체계적인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올바른 경제관 정립이 한국 금융산업의 앞날을 이끌어가는 핵심 요인이라는 판단이다.

초·중·고교생 중심의 차별화한 교육을 위해 작년 5월 8개 프로그램을 개발, 학교로 찾아가는 방문교육을 실시한 게 TF의 첫 번째 성과다. 기존 강의식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금융 관련 게임 등을 활용해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4층 강당에서 서울 및 수도권 초등학생 4~6학년 50명을 대상으로 ‘제5회 KB스타 경제·금융교실’을 열었다. 참가자는 직접 만든 간단한 문구, 액세서리 등을 상설센터 내의 상점에 납품해 소득을 올리고, 상설센터 내 은행과 상점 등에서 별도의 통장과 화폐를 사용하며 △소득 활동 △저축 △소비 △용돈 관리 △기부 등 경제·금융활동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KB지주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도 장려한다. 이에 따라 KB지주 전체 계열사에 1200여개 봉사단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전국을 누비며 어려운 이웃을 만나고 있다.

서울 마포 구립 서강도서관에서 실시한 결손아동 책 읽어주기 봉사, 대구역 노숙인 무료급식 지원, 경기 안산시 노적봉공원의 탄소 중립의 숲 조성, 다문화 가족의 모국 방문 지원을 위한 국민은행 다정다감 나눔 걷기대회 등 KB스타 드림봉사단은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치고 있다.

특히 연말마다 서울 양재동 인근 홀몸 어르신을 방문해 집안 곳곳을 정비하는 등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는다. 최근에는 수도권 지역 1100여 독거노인 가구에 여름철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시원한 여름나기를 돕기 위해서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공덕동 한국사회복지관협회에서 독거노인을 위한 여름용품 전달식이 열렸다. 전달식에서 임영록 KB지주 회장은 “때 이른 무더위에 특히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건강이 걱정됐다”며 “KB가 정성을 모아 준비한 여름철 생활용품이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을 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B지주의 사회공헌 활동은 해외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KB지주는 4월3일 ‘해외 빈곤아동 자전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협력기관인 ‘어린이재단’에 자전거 3000대를 지원했다. 베트남 및 캄보디아 빈곤가정 어린이 3000명에게 자전거를 지원하는 해외 빈곤아동 자전거 지원 사업은 빈곤아동의 학업 성취도 향상 및 아동 가정의 생계 지원은 물론 KB지주의 현지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빈곤아동 자전거 지원’ 사업 협력기관인 어린이재단과 KB지주 해외봉사단원 20여명은 지난 4월3~7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 킴보이 지역에서 학교시설 개·보수와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과 자전거 현지 전달식을 함께 열었다. 오는 10월에는 캄보디아에서도 동일한 행사를 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