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F500e · BMW i3 이어 테슬라까지…삼성SDI, 전기차배터리 '제왕'의 꿈
입력
수정
지면A12
파나소닉 쓰던 테슬라 '러브콜'
잘나가는 전기차 잇달아 삼성 배터리 장착하자 테슬라도 제품 테스트 요청


F500e와 i3, 이 두 전기차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가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개막에 맞춰 발빠르게 달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 투자해온 이 회사는 그동안 많은 투자에도 더딘 시장 성장으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1분기엔 4년 만에 적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7년의 투자, 이제 결실을 볼 차례다

삼성SDI는 더 열심히 개발에 매달렸고 결국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어냈다. 크라이슬러의 ‘F500e’와 BMW의 ‘i3’에는 세계 최대 용량의 60Ah(암페어)급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제품은 기존 30~40Ah급에 비해 같은 크기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배터리 크기를 줄이고, 한 번 충전으로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BMW, 폭스바겐을 찾아나서는 등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폭스바겐과도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테스트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파나소닉 배터리를 써온 테슬라는 판매량이 늘자 삼성SDI 제품을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점차 개화하는 전기차 시장을 잡아라
당초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 △가격 경쟁력 열세 △국제유가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업체들이 차값을 낮추고 연비를 끌어올리자 판매가 살아나고 있다.
테슬라는 1분기에만 4750대를 팔며 흑자전환한 데 이어 2분기에도 5150대를 판매했다. 2011년 출시됐던 닛산 리프는 값을 낮춰 판매량이 212% 증가했고, GM볼트도 차값을 4000달러 내려 6월 판매량이 2698대로 67.9% 증가했다.
지금 시장의 관심은 BMW의 전기차 i3에 쏠리고 있다. 11월 시판에 들어가는 이 차는 전기차 시장을 획기적으로 키워놓을 차로 기대되고 있다. 폭스바겐, 르노, 아우디, 포르쉐 등도 잇따라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통상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과 가격은 노트북의 1000배 수준이다. 세계 자동차 판매의 1%(80만대)만 전기차가 차지한다고 가정해도 배터리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IT 제품에 사용된 소형 배터리 시장 규모가 108억달러란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폭발력이다. 증권업계는 삼성SDI의 차량 배터리 매출이 올해 1000억~2000억원 수준에서 빠르게 증가해 2015년 하반기부터는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BMW i3가 내년에 4만대 목표치를 달성하게 되면 삼성SDI의 매출은 2015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