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연이은 정부發 악재…존폐 기로에 선 병원업계

명사 칼럼 - 김윤수 대한병원협회 회장
차세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던 의료계에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경기불황에 병원 경영을 압박하는 정책이 잇달아 쏟아져 나오면서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2011년 10월 경증외래 약제비 본인부담차등제 시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에는 건강보험 재정지출 합리화 차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장비 수가를 크게 낮췄다. 올해 들어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으로 병원들이 900억원가량의 손실을 떠안았다. 또 7월부터는 진료비 정액제인 포괄수가제가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라는 것이다. 10월부터 초음파진단기에 대한 보험급여가 실시되고, 암 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 개선 등이 추진된다. 정부가 지속해온 저수가 기조가 계속 확대될 경우 병원들은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자의 평균 의료비 부담은 현재보다 40% 이상 줄고 건보 보장률도 80%를 웃돌게 된다.

그러나 공짜로 의료서비스 보장 범위를 늘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가·수가 인상률 이상 건강보험료를 더 걷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올해부터 2017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에 9조원의 돈이 더 필요하다. 결국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병원의 희생을 요구할 게 자명하다. 의료기관들이 스스로 대처하기에는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방 재정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한 지방세 감면 항목을 축소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립대·사립대병원, 사회복지법인 병원들은 그동안 감면받았던 지방세를 내야 한다.

병원산업의 공공성을 인정, 세금을 감면해주던 지방세 가운데 지방소득세 종업원분과 주민세 재산분, 그리고 지역자원시설세에 세금을 물리기로 결정하고 현재 입법예고 중이라 향후 병원들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 종업원분만 하더라도 국립대병원 14곳, 사립대병원 64곳, 사회복지법인병원 46곳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모두 302억원에 달한다. 또 주민세 재산분 감면분 15억원을 비롯, 지방소득세 종업원분과 주민세 재산분 등을 합치면 총 320억원 정도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방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병원들로선 750여명의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병원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경기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시점에 병원들의 조세 부담이 커져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만큼 정부의 개정안 시행은 재고돼야 한다. 부디 보건의료 백년대계를 이끌 균형 있는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김윤수 < 대한병원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