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중·일 미묘한 역사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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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고구려 장수왕이 남제 태조로부터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으로 책봉되자 백제 동성왕은 남제에 사신을 보내 복속을 청했다. 백제나 신라보다 한두 급 낮게 책봉되던 왜왕 무는 남제에 신라와 임나 등에 대한 지배권을 가진 칭호를 요구했다.
이희진 지음│동아시아│352쪽│1만4000원
동성왕이 남제에 복속을 청한 것은 독립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제에 대한 외교권을 고구려에 뺏기지 않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는 고구려와 백제를 남제의 속국으로 묘사했다. 남제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왜왕에게 신라에 대한 지배권을 가진 칭호를 줬다. 일본은 이것을 빌미로 삼국시대 한반도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은 한국 중국 일본의 미묘한 쟁점을 일국사(一國史)의 관점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전체의 흐름에서 전달한다. 주변 국가와의 이해관계를 각국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1권에서는 문명과 국가의 기원부터 통일신라와 발해, 당까지의 동아시아 고대사를 집중 조명한다.
중국 황제에게 책봉받는 것은 외교전의 일부였다. 정치적 이익이 없으면 일방적으로 끊어버릴 수 있었다. 백제 개로왕은 북위에 조공을 하며 고구려를 토벌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들어주지 않자 조공을 끊어버렸다. 저자는 왜 중국이 동북공정에 나서는지, 일본이 무슨 근거로 한국 고대 국가를 지배했다고 주장하는지 등을 동아시아적 세계관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