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나이들면 새벽잠 없다?…노인성 질환 수면 방해…먹는 약부터 체크하라
입력
수정
지면A22
숙면을 위한 생활습관평범한 30대 중반의 직장인 김모씨. 늘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잠은 충분히 자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늘 몸이 무겁고, 침대에서 바로 나오지 못해 뒤척거린다고 했다. 1주일에 몇 번은 중간에 수차례 잠을 깨기도 한다.
그는 불면증이다. 불면증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은 낮에 잠이 오는 것, 기민성 저하, 피로감 등이다. 흔히 잠이 잘 오지 않는 경우만 불면증으로 생각하지만, 중간에 깨거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다시 잠들지 못하면 모두 불면증에 해당한다. 김씨처럼 중간에 깨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한국인들의 불면증은 65%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이가 들수록 불면증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노년층의 불면증이 단순히 나이 때문에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다른 내과적 질환이나 만성질환이 원인이다. 예를 들면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면 새벽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잠에서 깨고, 심장질환이나 천식이 있는 경우 기침 때문에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위궤양 때문에 속이 쓰려 잠을 못 자거나 피부가 건조해 가려워서 못 자는 경우도 있다.
관절염이 있다면 통증이 불면증의 원인일 수 있고, 우울증은 잠에서 일찍 깨게 한다. 게다가 노년층은 다른 질병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가 많은데, 약물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초래될 수 있다.
일부 우울증 치료제, 기관지 확장제, 베타 차단제, 중추신경자극제, 코티코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은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수면과다를 초래하는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에도 불면증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노년층에서 불면증이 지속되면 무작정 수면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다가 숨이 자꾸 멎는다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늦게 자더라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평소에 실내 커튼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 햇빛을 보는 순간부터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밤에는 TV, 스마트폰과 같은 불빛 노출을 줄이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축적된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고 두세 시간 후에 수면으로 이어진다. 스마트폰 빛은 다시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데,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에너지드링크, 커피, 초콜릿은 가급적 오전에 먹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카페인은 각성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숙면을 방해한다. 잠을 자기 전 단 음식도 좋지 않다. 자기 전에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새벽에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떨어진다. 혈당이 떨어지면 깊은 수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잠을 깰 수 있다. 만약 침대에 누웠는데도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어나는 것이 좋다.
억지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불면증이 악화된다. 차라리 침실에서 나와 다른 활동을 하다 잠이 오면 침실로 가는 것이 낫다.
윤방부 대전 선병원 국제의료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