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전세금에 돈 보태 집 살까"…중소형 아파트 매수 '입질'

서울 봉천동 벽산 59㎡ 급매·전셋값 2000만원 차이
양도세중과폐지 등 불투명…관망세 여전히 우세
‘8·28 전·월세 대책’ 기대감 등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일부 매물이 회수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단지. /한경DB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 되살아나고 있다. ‘8·28 전·월세 대책’으로 취득·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이 부각되는 데다 중소형 아파트는 더 이상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중소형 바닥론’도 퍼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 침체 탓에 ‘개점 휴업’ 상태였던 공인중개업계에서도 “중소형을 중심으로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선 ‘전·월세 대책’의 영향 등이 부동산 시장 활력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 많은 군포·안양·안산 상승 전환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선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문의와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군포·안산·안양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중소형 단지들이 다른 곳보다 많은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안산시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0.04% 올랐다. 7월엔 거래가 급격히 줄었지만 ‘8·28 전·월세 대책’을 전후로 전용 60~80㎡(20평형대)의 소형주택 거래는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안산시 사동 푸른마을 4단지 전용 49㎡는 1억8000만~1억8500만원이던 매매가가 최근 1억9000만원대로 올라섰다. 인근의 부동산2000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이 없으니까 아예 매매로 전환하고 있다”며 “가격이 조금씩 오름세를 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전세가율 70~80% 단지 잇따라

서울은 전세가율이 높은 강북 중소형 아파트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성북구 65.24% △관악구 63.74% △중랑구 63.52% △서대문구 63.21% △구로구 62.49% △동대문구 62.28% 등 순으로 높다.

개별 단지로 놓고 보면 전세가율이 70~80%에 육박하는 곳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봉천동의 ‘벽산 블루밍 1차’는 최근 많은 거래가 이뤄진 전용 59㎡ 급매물 가격이 2억5000만원대인데 전셋값은 2억3000만원에 육박했다.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은 2억7000만~3억원으로 오른 상태다. 신도림동의 대림1·2차 아파트 전용 59㎡도 최근 3억1000만~3억3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는데 전셋값이 2억5000만원 이상이라 전세가율은 75~80%에 달했다. 전농동의 SK아파트 전용 59㎡도 지난주에 비해 1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광진구 소재 신성부동산의 이지형 대표는 “전세물건을 구하러 온 고객이 자금을 좀 더 보태 집을 사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물건은 없고 전세 비중이 높다 보니 차라리 사자는 생각을 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단지별로 재건축 사업 일정에 속도가 붙었고 전·월세 대책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재건축단지가 몰려있는 강남·강동·송파구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각각 0.16%, 0.2%, 0.11% 올라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강남 개포주공1단지의 전용 36㎡는 7월 말 6억4000만원이던 시세가 지난달 말 6억8250만원으로 4250만원 올랐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전용 85㎡ 이하면 양도소득세 5년 감면혜택을 받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기대 속 관망세’도 여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매도·매수자 모두 ‘아직 지켜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은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 먼저 반응하며 매물을 거둬가기도 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의 금강공인 관계자는 “대책이 나온 뒤 언론에서 ‘가격이 오른다’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하니 매도자가 안 판다고 입장을 바꿔 계약이 무산된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층도 실제 거래에선 아직도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추세가 약보합에서 강보합으로 변한 것인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봉천동의 드림타운공인 관계자는 “조금씩 매매문의가 들어온다”면서도 “상당수 전세 수요자들은 전세 물건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하는 데 비해 집을 사라고 권하면 아직은 소극적으로 반응하며 주저한다”고 말했다. 응봉동 월드공인 김인환 대표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은 급매물 수준의 저렴한 집이 없으면 ‘집값이 더 떨어질지 봐야겠다’며 구매를 미룬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8·28 전·월세 대책’의 매매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관련 법안이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와 내용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서울 길음뉴타운 인근 좋은집공인의 이신숙 대표는 “전세 물건이 없어 길음동에서 노원구와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까지 이동해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국회에서 대책이 통과됐다는 뉴스가 나와야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진/이현일 기자 apple@hankyung.com